아트 시티 베를린을 구성하는 7가지 키워드 | 프롤로그 & 지도
주위를 둘러보니 뉴욕에서 온 아트 블로거 에이프릴과 독일 잡지 <슬릭Sleek>의 편집장 아니카, 그리고 베를린 미술계의 떠오르는 별인 아티스트 그레고르 힐데브란트Gregor Hildebrandt가 눈에 띄었다. 퍼포먼스가 끝나면 햇살이 비추는 테라스엔 바비큐와 맥주가 준비될 것이다. 시원한 맥주를 함께 마시며 독일어로 진행돼 알아들을 수 없던 욘 복의 ‛강연’에 대해 물어봐야지. 그 후에 예정된 영국의 스 타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나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ge의 오프닝 파티에 갈지 말지는 그 때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지난 4월 29일 부터 5월 1일 까지, 3일 동안 열린 갤러리 위크엔드는 아트 시티 베를린의 진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올해 5회를 맞았고 세계적으로 그 인기를 더해가는 중이다. 갤러리 위크엔드는 아티스트와 컬렉터의 만남에 집중하는 ‘그림 시장’이다. 한마디로 ‘아트 페어’인 셈인데, 한 장소에 간이 부스를 만들어 작품을 선 보이는 게 아니라 각각의 갤러리에서 제 모습을 갖춘 전시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베를린에 450여 개의 갤러리 가 있지만 갤러리 위크엔드에 참여하는 갤러리는 44개뿐 이다. 이들 갤러리는 오프닝 리셉션과 갈라 디너 같은 공식 행사를 열어 아티스트와 세계에서 온 컬렉터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44개 갤러리만을 위한 행사와 컬렉터만을 위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갤러리 위크엔드 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갤러리들도 함께 쇼(베를린에서는 전시exhibition가 아닌 쇼show라고 한다)를 준비하기 때문에 베를린 전체가 축제 분위기이며, 세계의 아티스트들, 미술 팬 모두 이들이 차려놓은 잔칫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미테의 아우구스트 거리 주변이나 크로이츠베르크의 린덴 거리Linden Str., 최근 떠오르고 있는 포츠다머 거리 Potsdamer Str. 같은 갤러리 밀집 구역에 가면 이를 확연 히 느낄 수 있다.갤러리앞에서흰연기를피우며익어가 는 바비큐와 맥주를 즐기며 자유로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진풍경을 이룬다.
“베를린에는 450여 개의 갤러리와 1만여 명의 아티스트가 살고 있어요. 뉴욕보다 많은 수죠. 여느 대도시에 비해 훨씬 저렴한 물가, 아직도 널려 있는 빈 공간들, 도시 전체가 아트와 크리에이티브에 전념하는 분위기 등 베를린 붐은 여전히 진행 중이에요. 최근에는 뉴욕과 런던에 기반을 둔 블레인 서던 같은 국제적 명성의 갤러리들이 베를린에 갤 러리를 오픈하고 있죠.” 아트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운 영하는 ‘고 아트Go Art!’의 미리암 베어스가 귀띔했다.
혈기 왕성한 ‘아트 시티 베를린’을 만나고 싶다면 기억해 둘 것이 있다. 베를린은 철저히 ‘컨템퍼러리 아트 시티’다. 유서 깊은 유물이 가득한 박물관의 섬은 잊고 대신 컨템퍼러리 미술관이나 갤러리, 한발 더 나아가 스모키한 바, 카 페, 수영장, 허물어진 건물을 빌려 만든 프로젝트 공간을 살펴보라. 무한 장르와 상상력의 기발한 프로젝트를 만날 수있다. 또 전세계 아티스트가 모여드는 미술 행사에참여하라. 이미 갤러리 위크엔드가 끝났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지난 6월 11일부터 오는 8월 8일까지 진행되는 ‛베를린 비엔날레’와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리는 ‛아트포럼 베를린’이 세계의 미술 팬을 기다리고 있다. 베를린 갤러리들이 준비한 오프닝에 참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예술학도부터 촉망받는 예술가, 50대의 아트 컬렉터가 어 우러지는 ‛베를린 아트’의 힘을 느껴보라. 이게 바로 진짜 아트 시티 베를린이다.
“베를린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비어 있는 건물 안에서는 재기 발랄한 아티스트들의 도발적인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점점 더 많은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베를린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