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숲으로 가자
미국 애팔레치아 산맥 종주에 실패한 후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썼다.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텐트 칠 줄도 알게 되었고, 별빛 아래서 자는 것도 배웠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자랑스럽게도 몸이 날렵하고 튼튼해졌다.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다”고. 그가 배운 것을 배우기 위해 독일의 남쪽, 검은 숲으로 갔다.
캠핑이 ‘전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불현듯 캠핑의 역사가 궁금해 자료를 뒤지다 흥미로운 글을 읽게 됐다. 영국의 한 캠핑 사이트는 캠핑이 전쟁과 함께 발전해왔다는 무시무시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캠프’의 어원을 보자. 라틴어인 ‘칸푸스canpus’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광장’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그런데 로마 시대에 와서 ‘전장戰場’의 의미를 지니게 됐단다. 이번엔 캠핑 장비들을 눈여겨 보자. 방위 사업청의 블로그는 ‘캠핑 용품, 군대에 다 있다’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텐트, 야전침대, 맥가이버 칼, 코펠과 흡사한 군대 반합 ,달걀프라이를 해먹을 수 있다는 야전삽(맙소사!)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캠퍼들이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장비는 군대가 원조’라는 것이 그 포스트의 주제다. 텐트를 치고 자며 야외 활동을 하고 자급자족으로 끼니를 해결하니, 긍정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군대는 2년간의 캠핑’으로 볼 수도 있다나(남자들이 들으면 캠핑에 정 떨어질 얘기지만).
캠핑 장비가 급격히 개발되기 시작한 시기는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부터다. 지금 우리가 캠핑 용품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장비는 당시 군수품이었고 영국, 미국, 독일 등은 최상의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언급한 나라들 을 유심히 살펴보시길. 모두 역사 깊은 캠핑 강국이다. 19세기 후반, 생존의 도구였던 캠핑을 레저로 진화시킨 인물은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토마스 하이럼 홀딩Thomas Hiram Holding이었다. 그는 1901년 세계 최초 캠핑 동호회인 사이클 캠핑 협회를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1908년 미국의 포드 자동차는 세계 최초의 캠핑카를 만들었다.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손수 캠핑카를 몰고 휴가를 떠나며 유행의 첨단에 섰다. 그렇다면 독일은? 19세 기 초 독일판 ‘국토 대장정’인 ‘반더포겔Wandervogel’ 운동을 발족해 유럽 캠핑의 중흥을 리드했다. ‘철새’라는 뜻의 반더포겔은 산과 들로 도보 여행을 떠나 심신을 단련시키자는 청년 운동 또는 그 집단을가리킨다. 지금은 독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청년 운동으로 거듭나 지구상의 젊은이들에게 캠핑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유럽의 대표 캠핑 스타일을 취재하라는 특명에 독일을 골랐다. 100년이 넘는 독일 캠핑의 명성은 지금도 대단하다. 일단 독일은 캠핑하기에 좋은 다채로운 자연환 경을 가지고 있다. 강과 바다와 호수, 완만한 평야와 구릉지대는 물론 신비로운 숲과 웅장한 알프스까지 두루 지녔다. 그리고 자연 곁엔 언제나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독일의 캠핑 장은 수나 시설 면에서 유럽 1등이다. 게다가 차와 전자기기만큼이나 최첨단 기술력을 뽐내는 캠핑 기어를 갖추고 있다. 이것이 독일,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봄날이 머문다는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를 향해 백팩을 꾸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