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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베를린에서 한 시간, Brandenburg

 

베를린에서 한 시간, 브란덴부르크 

베를린 중앙역에서 빨간 기차를 탔다. 베를린에서 기차를 타고 한두 시간만 달리면 동독과 서독,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아직도 공존하는 듯한 거친 베를린에서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중 유네스코 추천사를 가진 포츠담과 슈프레발트는 동화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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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나는 베를린에 있었다. 절망적일 만큼 험상궂던 5월의 먹구름이 개고 햇살이 비추자 두꺼운 카디건을 벗어 던지고 집 앞 카페로 달려갔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이내 노곤해지고 마는 햇살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지구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괴팍한 성질만 부리지 않는다면, 여름이 시작된 거다.

“조금 있으면 베를린 이 텅 비어버릴 거야.”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친구인 패션 디자이너 페이가 말했다. “왜?” “다들 베를린을 떠나 호수나 숲 으로갈테니까.”

문득 그해 3월 세계 곳곳에서 찾아 온 ‘뉴베를리너’와 함께한 인터뷰가 생각났다. 그들이 하나같이 꼽은 베를린의 매력은 ‘노먼 포스터, 프랭크 게리가 힘을 보탠 모던 시티’도, ‘400개가 넘는 갤러리가 뿜어내는 예술적 풍모’도 ‘테크노의 성지를 입증하는 24시간 파티’도 아니었다. ‘자전거로든 기차로든 한 두시간이면 곧장 자연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맞다. 베를린의 근교, 그러니까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 덴부르크Brandenburg 주에는 3000여 개에 달하는 호수가 있고 3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수로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호수와 수 로 주변에서는 울창한 나무와 녹지가 세포 속까지 깨끗하게 헹 궈낼 것만 같은 싱그러운 산소를 뿜어낸다. 여름이 시작되면 베 를리너는 하나둘씩 피크닉 박스를 꾸려 베를린을 떠난다. 거창 할필요도없다.고소한호밀빵에너덧가지햄과치즈,식초와 올리브유로 맛을 낸 새콤한 독일식 감자 샐러드, 드라이해서 더 욱 청량한 라인가우산 리슬링 한 병이면 족하다. 그리고 폭신한 잔디위에펼칠담요한장과수영복도살며시포개놓는다.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브란덴부르크를 찾았다. 서로 다른 매 력의 두 곳, 포츠담Potsdam과 슈프레발트Spreewald를 골랐다. 동 독과 서독,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공존하 는듯한거친모습의베를린에서는절대로기대할수없는동화 같은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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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츠담으로 자전거를 돌려라

혹자는 뻔한 선택이라고 하겠지만, 베를린 근교에서 포츠담만 한 곳도 없다. 포츠담은 브란덴부르크 주의 주도로 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녹지이고 하펠 강Havel R.을 비롯한 20여 개의 호수가 흩뿌려져 있다. 주도인만큼 다채로운 도시 풍경과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19세기 초까지 프로이센 왕조가 거주했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참고로 여러 독립국을 1871년 독일제국으로 통합 한 주인공이 바로 프로이센 왕조다. 우리에게 포츠담은 ‘포츠담 선언’으로 더욱 익숙하다. 포츠담 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 식을고하며미국, 영국, 중국, 구소련 연합국이 일본에 항복 선언을 공표하게 한, 우리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게 한 역사적 사건이다. 현재 포츠담은 독일은 물론 유럽 영화 제작의 중심지 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포츠담에서 가장 큰 지구인 바벨스베르크Babelsberg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가 있는데 이곳에서 탄생한 영화 리스트는 상당히 화려하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한 <바스터즈>, 톰 크루즈가 주연한 <발키리>, 케이트 윈즐릿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을안겨준 <더리더>, 케이트 블란쳇과 에릭 바나가 주연한 <한 나>(촬영 당시 나는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 에릭 바나를 보았다), 심지어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피드 레이스>와 <닌자 어쌔신>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포츠담을 자전거로 달려보기로 했다. 자전거는 독일을 여행하기에 가장 탁월한 수단이다. 어디서든 쉽게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고 자전거 도로가 구석구석 잘 정비되어 있으며,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세밀한 지도나 호텔의 자전거 주차장, 기차나 전철에 실을 수 있는 부대시설까지 철저하게 갖춘 나라가 독일이다. 작은 언덕이 있다곤 하지만 포츠담 정도면 근육통 걱정 없이 신나 게 달릴 수 있다. 보다 심도있는 자전거 여행을 위해 자전거 투어 가이드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케빈. 30대 후반인 그는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 근교의 소도시 출신으로 통일 후 무작정 베를린으로 상경, 우리 돈 단돈 10만원으로 버려진 아파트를 점거하고 텅빈 동독 관청에서 클러빙을 즐기던 바로 그세대다. 지금은 포츠담에 살고 있는데, 그는 왜 베를린을 떠나 포츠담으로 왔을까?

“자연과 평화로운 이웃을 찾아 5년 전 이사를 왔어요. 독일에서 베를린을 처음 만나고 그다음에 포츠담을 찾은 이들은 한결 같이 동화 같은 풍경을 칭송해요. 사실 독일 소도시 대부분이 이렇게 아기자기 해요.  포츠담은 프로이센 왕조와 제2차 세계대전 같은 중요한 역사까지 만날 수 있지만요.”

우리는 포츠담 중앙역 옆에 자리한 자전거 렌탈 숍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를타고 시내로 향하는 길, 하펠 강을 건너자 긴 창을 내어 그 주변으로 조각이며 장식등 잔뜩 멋을 부린 전형적인 유럽식 건물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이내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가 나타났다. 도시의 중심인 브란덴부르거 거리 Brandenburger Str. 초입엔 검박한 개선문이 우뚝 서 있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이에요.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의 원조죠.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2세가 18세기 중반 ‘7년 전쟁’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동시에 포츠담이 프로이센 왕가의 도시 임을 상징하기 위해 지었어요.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일 뿐 아니라 포츠담 여행의 거점이기도 해요. 맞은편에 프로이센 왕가의 여름 별장인 상수시 궁전Schloss Sanssouci이 있거든요.”

 

18세기 프로이센 왕가가 재현한 로코코 원더랜드

놀라지 마시라. 브란덴부르크 주에는 500여 개의 성과 별장이 흩어져 있으며, 포츠담에만 77개가 존재한다. 그중 상수시 궁전은 프로이센 왕국의 위엄을 대변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브란덴부르크주는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성과 건물들을 묶어상수시 공원으로 조성했다. 이 공원은 베를린까지 이어지는데 그 규모가 약 500헥타르, 즉 500제곱미터에 달한다. 상수시 공원은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독일에서 가장 큰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공원을 자전거로 둘러보겠다는 건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광활한 면적을 걸어서 돌아다녔다면, 프로이센 왕조의 수준 높은 안목을 절반밖에 구경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수시 궁전을 시작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동양에 대한 판타지를 가득 안은 중국식 정자, 이탈리아 여행을 대신하기 위해 지었다는 샤를로텐호프 성, 포츠담 조약이 체결된 장소로 유명한 체칠리엔호프 성, 상수시 궁전과는 또 다른 화려함으로 돋보이는 로코코 양식 의 신궁전까지 구석구석 누볐다. 그러고는 다시 상수시 궁전으 로 돌아왔다. 케빈은 이쯤에서 상수시 궁전과 공원에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을 계획이었다.

“프랑스를 좋아한 프리드리히 2세는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서 상수시 궁전을 만들고 이름도 프랑스어로 지었어요. 상수시는 ‘근심이 없다’는 뜻이에요. 프리드리히 2세는 근심이 많았던 왕이거든요.”

케빈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2세는 어린 시절 프랑스 문학과 철학, 예술에 심취한 데다 여자까지 멀리해, 아들을 유럽을 제패할 ‘마초킹’으로 키우려 했던 빌헬름 1세에게 격한 미움을 받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프리드리히 2세는 18세 무렵 친구와 함께 어머니의 친정인 영국 궁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부왕의 군사에 잡혀 자신은 감금을, 친구는 처형을 당한다. 감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은 결혼뿐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뜻과 왕실 관계에 따라 결혼했으나 결혼 후 왕비는 물론 궁전의 모든 여자를 신궁전으로 쫓아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베르사유 궁전을본 딴 화려한 성을 짓고 음악가 바그너와 염문을 뿌렸던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의 루드비히 2세가 떠올랐다.

“루드비히 2세는 명백한 게이였어요. 게이를 위한 웹사이트에 ‘게이 셀러브리티’의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으로 손꼽힐 정도죠. 프리드리히 2세는 별다른 스캔들은 없었죠.”

아버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지, 그는 강력한 대외 정책을 추진해 영토를 넓히고 학문과 예술을 부흥시킨 능력 있는 왕이었다. 그는 상수시 궁전에서 여러 학자와 문인들을 만나 토론을 하며 행복을 찾았다. 토론회 참석자 중에는 프랑스의 대문호 볼테르도 있었는데 상수시 궁전 투어를 하다 보면 볼테르가 3년 동안 머물렀던 방도 확인할 수 있다. 베르사유를 모방했다고는 하지만, 훨씬 소박한 느낌의 상수시 궁전은 그래서 더욱 프리드리히 2세의 편안한 쉼터가 될 수 있었을 거다.

상수시 궁전을 빠져나와 포츠담의 또 다른 명소인 네덜란드 거리 홀랜더피어텔Holländerviertel을 둘러본 후 강변으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맛이 일품인 네덜란드식 거리를 돌아보며 느낀 한적함은 하펠 강을 따라 달리며 절정에 달한다. 북쪽으로 달리든 남쪽으로 달리든 호수와 공원 그리고 또 다른 성이 펼쳐진다. 그저 호수 위를 한량처럼 떠도는 요트와 유람선, 미동도 하지않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부처님 같은 미소를 띤 낚시꾼,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소녀들을 따라 나도 한숨 쉬어가기로 했다.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조급함을 던지고 그대 로의 자연과 공기를 만끽하는 시간은 포츠담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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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 속에서 노를 젓다

또 다른 목적지로 슈프레발트를 선택한 건 순전히 ‘뱃놀이’ 때문이었다. 여행에서 뱃놀이만큼 낭만적인 감성을 선사하는 것도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대표 도시들은 모두 강이나 수로를 끼고 있다. 런던의 템스강, 파리의 센강, 뉴욕의 허드슨 강, 베를린의 슈프레 강, 서울의 한강 그리고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의 수로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누구나 배를 탄다. 뱃놀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오래전 연인들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던 영화 <비포 선셋>의 포스터에 나온 것 같은 뱃놀이다. 강물은 잔잔하고, 좌우로 100퍼센트 순도의 낭만적 풍경이 흐르며, 옆에 앉은 연인의 어깨 위로 석양이 내려 앉는, 말하자면 ‘첫사랑 같은’ 뱃놀이 말이다.

슈프레발트에서라면 이런 뱃놀이가 가능하다. ‘슈프레 숲’을 뜻하는 슈프레발트는 포츠담과는 반대 방향, 즉 베를린에서 동 남쪽으로 100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1991년 유네스코에서 생태 보전지역으로 선포한 곳이다. 슈프레발트에는 200개에 이르는 수로가 종횡으로 가로지르고 총길이는 1300킬로미터에 달하며, 1만80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여행 프로그램은 수로를 따라 곤돌라와 비슷하게 생긴 ‘칸kahn’을 타고 늪지대 같은 슈프레발트를 탐험하는 것이다.

낭만으로 가득 찬 뱃놀이를 위해 뤼베나우LÜbbenau 역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뤼베나우는 슈프레발트로 통하는 관문이다. 약 1시간 30분의 기차 여행을 마치고 뤼베나우에 도 착하자 슈프레발트를 소개해줄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네 카트린 노악’라는 이름의 슈프레발트 관광청 직원이었다. 노악? 독일 국경을 살짝 넘어선 듯한 이국적인 이름을 다시 한번 되뇌자 그녀가 말했다. “슬라브식 이름이에요. 슈프레발트에는 슬라브족, 그중에서도 벤덴Wenden족이 정착해 살아왔거든요.” 슬라브족이라면 러시아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과 북아시아 일대에 사는 유럽 최대 민족이다. 벤덴족은 독일 북부와 맞닿아 있는 발트해 남안을 본거지로 살아온 민족으로, 여기까지 흘러들어 오게 된 이유는 아마도 영토 쟁탈을 위한 격동의 유럽사 때문일 것이다. 벤덴족은 그들의 전통문화와 언어, 복장 등을 지키며 살아왔고, 이는 슈프레발트가 유명 여행지가 되는데 일조했다. 매년 7월과 9월 열리는 벤덴 족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레데 페스트Lehde Fest’는 슈프레발트 최대의 축제다.

칸 또한 벤덴족의 오랜 전통문화이자 생활 수단이다. 칸은 1000년이 넘게 슈프레발트의 교통수단이 되어 왔다.  과거는 물론이고 자연을 철저히 보존하고 있는 현재까지 슈프레발트의 수로 지역은 칸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장을 보러갈 때 도, 학교에 갈 때도, 우편물을 나를 때도, 주말 데이트를 즐기러 갈 때도 사람들은 노를 젓는다. 한겨울엔 어떻게 하냐고? 꽁 꽁 언 수로 위를 썰매로 달린다.

칸을 타려면 항구로 가야 한다. 중앙역 맞은 편으로 쭉 뻗은포스트거리PostStr. 위로 중앙 광장이 보이고, 그 왼쪽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칸을 탈 수있는 항구가 나온다. 항구 앞엔 노천 카페며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고, 유럽에서도 최고로 친다는 슈프레발트 오이를 파는 장이 서있다. 항구에 있는 그로서 칸패르 하펜Grosser Kahnfähr Hafen는 슈프레발트 가이드 투어를 운영하는 여행사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8~9시간에 달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는데, 2시간짜리 프로그램은 슈프레발트의 주요 루트를 배에 앉아 돌아보는데 그치지만, 투어 시간이 길수록 수로 중간 중간에 자리한 카페나 레스토랑, 벤덴족의 전통문화를 볼 수 있는 오픈에어 뮤지엄을 방문하는 기회가 잦아진다. 나는 하루 일정으로 들른 데다 뤼베나우의 이곳저곳도 둘러볼 심산이라 2시간짜리 기본 코스를 선택했다.

사실 2시간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보내기에 짧은 시간이 아니다. 슬라브족인지 게르만족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덩치가 좋은 노선장이 우리를 포함한 2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직접 노를 저어 슈프레발트를 소개했다. 보트에는 4명씩 마주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벤치가 여러 개 마련돼 있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술병이 담긴 바구니가 있다. 허브로 만든 독일 술 슈납스Schnaps 다. ‘추우면 한잔하라’며 마련한 것으로, 물론 마시면 고스란히 계산을 해야 한다. 이 기본 코스를 이용할 땐 가벼운 피크닉 박스를 준비해도 되는데, 그것까지 준비하면 이보다 낭만적이기 힘든 데이트 코스가 된다.

슈프레발트 뱃놀이는 고요한 여정이었다. 우거진 풀숲을 헤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짝을 찾기 위해 교태를 부리는 산새의 지저귐, 잎사귀 사이를 방황하는 풀벌레의 발자국 소리, 20여 명의 승객을 책임지느라 점점 거칠어지는 선장의 숨소리가 고스란히 귓가를 울렸다. 종종 선장의 재치있는 설명으로 꺄르르 웃음소리를 냈지만, 그마저도 숲 속의 평화로운 공기에 살포시 잠겨버리고 만다. 또 평소엔 소란스러워야 할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자연의 신비를 관찰했다. 너무 조용해서지루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않다. 오감을 열어 한껏 자연과 교감하다가 곳곳에 자리한 카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주말 또는 오랜 휴가를 위해 마련된 렌털 하우스를 이용하거나 실제 주민이 살아가는 생활터전을 엿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그 풍경들을 바라보며 어느덧 내 몸과 마음이 이곳의 평온한 바람결처럼 정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배에서 내린 후 수로변과 뤼베나우 시내를 걸었다. 바로크 양식의 작은 교회, 신고전주의 양식의 고성 호텔 등 근사한 건축물과 소담한 가옥들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기분을 안겨 주며 정갈하게 늘어서 있다. 수로 위에 늘어뜨린 우아한 아치형 다리 위에서, 예쁜 꽃 화분으로 장식된 창문 아래에서, 슬라브인 들의 전통 문양으로 꾸며놓은 도자기 숍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걷는다 해도 2시간이면 족히 돌아볼 작은 마을 뤼베나우. 교회의 첨탑 위에 아련한 석양이 물들어 갈 때쯤 항구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역 브루어리에서 만든 씁쓰름한 맥주 한잔과 슈프레발트의 건강한 자연에서 건져 올린 농어 요리를 음미하며 브란덴부르크의 시간들을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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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LER’s GuidE ]

How to go 인천에서 베를린까지 베를린을 가면서 터키 항공을 이용한 까닭은 이렇다. 정오가 되기 전도착해반나절을더즐길수있다는것.터키항공은늦은밤11시55분에인천을출발 해 새벽 5시 50분에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오전 8시 40분 베를린행 항공편으로 갈아타면 오전 10시 35분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한다. 테겔 공항에서 베를린 시내까지는 약 30분 소요된다. 돌아오는 항공편 또한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오후 5시 50분 이스탄불행 항공편 을 이용하면 알찬 일정을 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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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ransportation 베를린에서 포츠담, 슈프레발트까지 지역간 고속 열차인 RE(Regional Express)를 타면 25분 소요된다. 40분이 소요되는 대신 배차 간격이 짧은 지상철 S반을 이용해도 되는데 가격은 모두 3유로다. 슈프레발트까지는 좀 더 긴 여정을 요구한다. 베를린에서 RE를 타 고 코트부스 역 또는 칼라우Calau 역에서 환승, 뤼베나우 역에 도착하면 약 1시간 40분에 서 2시간가량 소요된다. 브란덴부르크-베를린티켓2인이상일일여행을떠날경우지역특별기차티켓을구입 하면 더 저렴하다. 28유로짜리 브란덴부르크-베를린 티켓으로 최대 5명이 평일 오전 9시 부터자정까지그지역내기차를자유롭게이용할수있다.주말과공휴일의경우0시부 터 다음 날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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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o sleep 포츠담과 슈프레발트 모두 데이 트립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하룻밤 숙박한다면 좀 더 여 유롭게베를린근교의자연과문화를즐길수있다.

Kongresshotel Potsdam ‘에코’와 ‘레저’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콩그레스호텔 포츠담 은 브란덴부르크의 남쪽에 자리한 템플리너 호수Templiner See에 있다. 우주선을 콘셉 트로한범상치않은외관과함께실내농구장,볼링장,축구장,배구장등의독특한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는 호텔이다. 무엇보다도 호수와 가까이 있어 한적한 주변 분위기에서 다양한 워터 스포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객실 크기도 넉넉 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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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oss Lübbenau 슐로스 뤼베나우는 뤼베나우의 고성 호텔이다. 우아한 실내 장식에 서 알 수 있듯, 뤼베나우의 최고급 호텔이다. 총 46개의 객실이 있으며 2개의 레스토랑과 바, 웰니스 공간이 있다. 객실도 객실이지만 레스토랑이 더욱 유명하다. 클래식한 하이 퀴진을 선보이는데 뤼베나우의 자랑인 신선한 생선 요리가 특히 최고로 손꼽힌다. 공원 같은 넓은 녹지를 끼고 있어 날씨가좋은 날이면 테라스에 앉아 커피나 샴페인을 마시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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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2011. June issue
Editor | Dahee Seo
Photographer | Jaeho Jeon
Cooperation|Turkish Airlines, Brandenburg To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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