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베를린 현대사, Ehemalige Judischen Mädchenschule
제2차세계대전 무렵, 나치 정권에 의해 폐쇄되었던 유대인 여학교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신의 아지트로 변신했다.
현대 도시가 가진 숙제는 ‘개발’이 아니라 ‘개조’다. 런던, 파리, 베를린, 뉴욕 등 포화 상태에 이 른 대도시에선 버려지거나 낙후된 공간을 재창조하는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은 유독 ‘re-’로 시작하는 소식들로 넘쳐난다. 전쟁과 통일이라는 격동의 역사 탓이다. 통일 수도가 된 베를린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건물들이 생겨나는 동시에 버려 졌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동독 비밀경찰의 사무실이라든지 할 일을 잃은 관공서, 통일 후 경 제 위기로 인해 문을 닫은 공장 등인데, 워낙 알뜰하고 친환경적인 독일인인지라 이들을 불도 저로 밀어버리는 짓 따윈 하지 않았다. 대신 크리에이티브 시티 베를린에 걸맞게 디자인 호텔, 갤러리,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변신시키는 중이다.
지난 2월,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건물이 16년 만에 다시 개장하며 베를리너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주인공은 베를린에서 가장 우아한 갤러리 스트리트인 아우구스트 거리August Str. 11번 지에위치한붉은벽돌건물.총9개월의공사기간동안철저한보안으로많은이들의애를태 우더니, 마침내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중 매거진 <인터뷰> 독일판과 함께 화려한 오프닝 파 티를 선보였다. 이 파티엔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샤를로트 갱스부르, 전설적인 슈퍼모델 나 오미 캠벨, 할리우드의 훈남 제이크 질렌할이 참석했다. 이들은 앤디 워홀의 대형 작품 아래서 독일의 파인 다이닝과 코셔 칵테일을 즐겼다.
한동안 베를린 최고의 핫 스폿으로 회자될 이 건물은 에헤말리게 유디셴 메드헨슐레 Ehemalige Judischen Mädchenschule(이하 ‘유디셴 메드헨슐레’), 뜻풀이를 하자면 에헤말리 게 유대인 여학교다. 유디셴 메드헨슐레가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건물이 지닌 역사적 의 미 때문이다. 이곳은 베를린의 기구한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1930년에 문 을 연 유디셴 메드헨슐레는 총 14개의 교실과 체육관, 옥상 정원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당시 가 장 모던한 건축물로 손꼽히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1933년 히틀러가 베를린을 나치의 수도 로 삼으면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 후 제2차세계대전 중엔 군인병원으로 쓰였고, 독일이 분단 된 후엔 동독의 일반 고등학교가 되었다가, 1996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베를린은 독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역사를 지닌 도시예요. 앞으로 새로 쓸 역사를 기대해도 좋아요. 나는 유디셴 메드헨슐레에 베를린의 현재와 미래를 담을 거예요.”
허물어져 가던 유디셴 메드헨슐레를 구제한 미하엘 푹스 갈레리Michael Fuchs Galerie의 관장 인 미하엘 푹스가 말했다. 그는 탁월한 안목과 예술적 감각으로 유디셴 메드헨슐레의 새로운 챕터를 펼쳤다. 총 9917제곱미터(약 3000평) 규모의 거대한 학교는 베를린의 현대 예술과 미 식을 만끽할 수 있는 3개의 갤러리, 3개의 레스토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이 흥미진진 한 건물의 구성도를 펼쳐 보이겠다. 각각의 공간은 유디셴 메드헨슐레 못지않게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하~’한 스토리를 품고 있으니, 기대를 걸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