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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사랑은 라인 강을 타고

사랑은 라인 강을 타고 

조금 욕심을 냈다. 북적거리는 런던과 파리, 사계절 내내 관광객 행렬이 늘어서는 베네치아와 융프라우를 피해 유럽으로 허니문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며칠 후, 라인 강 크루즈에 올랐다. 프랑스의 알자스, 독일의 바덴바덴, 스위스의 바젤을 잇는 로맨틱 강변 여행을 시작했다.

“오르브아르Au revoir” 그리고 “빌코멘Willkommen”. 프랑스어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독일어로 환영 인사를 받던 그 순간, 나는 사정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지금 막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을 넘었다. 유럽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프랑스며 이탈리아며 네덜란드를 옆집 드나들듯 하는 유럽 사람에겐 별것 아니겠지만, 우리에게 ‘국경을 넘는’ 행위는 특별하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 로 본의 아니게 섬 나라 처럼 살고 있는 탓에 육로로 국경을 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니까. 나는 라인 강Rhein R.을 따라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스위스를 여행하는 중이다. 독일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라인 강의 기적’이라는 문구가 너무 익숙한 지라 많은 이들은 라인강이 독일에 있는 줄 안다. 그러나 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 산지에서 발원해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까지 중부 유럽을 수직으로 관통한다. 즉, 라인 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서로 다른 유럽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허니문 여행지로는 생소한 지역이지만 아기자기한 풍경과 정취를 지닌 소도시를 좋아하는 연인에겐 신선한 선택이다.

그중 강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 독일, 스위스가 어깨를 겨루는 라인강 상류 지역을 골랐다. 수세기 동안 엎치락 뒤치락하며 형성된 독특한 알자스의 문화, 이 지역만의<미슐랭 가이드>를 따로 만들 만큼 수준 높은 다이닝, 울창한 숲과 고요한 호수가 어우러진 디톡스적 자연환경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작은 도시 등 풍부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알자스의 대표 도시인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항구에서 바젤Basel로 향하는 크루즈에 오르며 로컬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Crémant 한 잔을 시켰다. 입안 가득 부드럽게 퍼지는 크레망의 잔향과 갑판 위에 곱게 내려앉은 선셋과 함께 ‘로맨틱 라인’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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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2011. May issue.
Writer & Photographer | Dahee Seo
Cooperation | Upper Rhine Valley To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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