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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Berlin EAST + WEST

베를린 장벽 붕괴 후 25년, 동과 서의 달라진 풍경 

베를린은 2차 세계대전 후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패전국의 수도에서 세계적인 아트시티로 거듭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25년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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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장벽을 세우다

8월 13일 일요일 오전. 군용 트럭에서 내린 동독 병사들이 베르나우어 거리Bernauer Str.에 철조망을 치기 시작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당시 베를린은 동독 관할의 동베를린과 서독 관할의 서베를린으로 나뉘어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구소련과 미국, 영국, 프랑스가 독일은 물론 수도인 베를린까지 4조각으로 갈라놓았고, 이후 다시 동서로 분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선 서로 왕래가 가능했다. 많은 이들이 동, 서 베를린을 오가며 출퇴근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갑작스레 모든 왕래가 중단됐다. 어떤 이들은 직장을, 또 어떤 이들은 가족을 잃었다. 이는 250만 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한 것에 대한 특단의 조치였다. 처음엔 철조망이었지만, 이내 두꺼운 콘크리트 벽이 세워졌다. 그리고 동독과 서독 사이에는 검문소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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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서쪽

베를린은 동독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분단 후 서베를린은 동독 지역에 남은 서독 관할의 외딴섬이 됐다. 1948년에 있었던 ‘서베를린 대륙 봉쇄’ 사건은 구소련이 베를린을 몽땅 차지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육로와 수로를 모두 막아버리자 베를린을 빼앗길 수 없었던 서방 3개국(미국, 영국, 프랑스)은 비행기로 생필품을 실어나르는 ‘대공수작전’을 펼쳤다. 이때 히틀러가 공들여 지었던 템펠호프 공항Tempelhof Flughafen이 작전의 중요 기지로 쓰여졌다. 동독이 장벽을 세운 후 고립된 서베를린엔 호기심으로 가득 찬 학생들과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에 의해 1970~80년대에는 서브컬처가 태동했다. 그래피티, 비주류 음악 클럽이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영국의 록 스타인 데이비드 보위, 이기 팝이 쇠네베르크Schöneberg 지역에 머물며 활동했다.

베를린의 동쪽

동베를린은 독일민주공화국DDR(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 영어로는 GDR)의 수도가 됐다. 새로운 정부의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 ‘사회주의자의 대로大路’로 불리는 카를 마르크스 알레Karl-Marx-Allee에 으리으리한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폭 89미터, 장장 2킬로미터에 이르는 대로 양쪽에 소련의 사회주의적 고전주의 양식의 8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또 알렉산더플라츠에는 새로운 공동 집단 주택인 플라텐바우Plattenbau를 지었다. 이런 곳엔 ‘훌륭한 사회주의자’들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시위를 일으켰고, 서독으로 망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동독인들이 많아졌고, 가장 큰 시위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일 전, 1989년 11월 4일 알렉산더플라츠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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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장벽을 허물다

11월 9일, 계속된 경제난과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동독 시민들의 시위가 과열되자 동독 정부는이들을달래기위해서방에대한여행자유화정책을발표하기로했다.이에대한기자회견이 열렸는데, 휴가에서 막 돌아온 동독의 대변인은 세기적인 말 실수를 한다. ‘모든 검문소에서 동독 주민의 출국을 허용한다’는 발표에 한 기자가 그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 물었다. 대변인은 엉겁결에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질문이 이어졌다. “서베를린도 가능한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들은 베를린의 시민들은 동, 서 베를린의 관문이었던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향했고 베를린 장벽을 허물어버렸다. 독일이 통일이 된 것은 ‘여행’ 덕분이다.

the Traveller 2014. November issue
Editor | Dahee Seo
Photographer | Kunalum Lee
Cooperation|Berlin Tourism, Finn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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