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라고 하면 맥주부터 떠올릴 것이다. 1350여개가 넘는 브루어리가 산재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섹시하고 창조적인 도시 베를린에선 아래 리스트를 확인해 볼 것. 테크노 클럽 옆 양조장에서 빚은 술에서부터 심신단련을 돕는 해독 음료까지, 베를리너들은 요즘 이런 걸 마신다.
한 손에 쏙 안기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보틀. 그 안에 든 액체는 다름 아닌 보드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맛과 출신 성분 또한 남다르다. 아워/베를린은 2013년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아워/보드카의 첫번째 프로젝트다. 아워/보드카의 컨셉트는 도심에 자리한 마이크로 디스틸러리에서 그 도시가 가진 재료를 이용해 프리미엄 보드카를 만드는 것. 베를린을 시작으로 디트로이트,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등을 총 8개 도시에 아워/보드카의 양조장이 있다. 각 도시마다 밀, 옥수수, 사탕수수 등 주재료를 달리 하지만 한층 부드럽고 프루티-플로럴한 향을 추구하는 것은 같다. 아워/베를린은 정수한 베를린의 수돗물과 밀, 효모로 빚는다. 최근엔 주니퍼(향나무), 시트러스, 오크 등 세 가지 맛의 인퓨전 키트도 출시했다. ‘주니퍼 향의 그레이프 프룻 토닉’ ‘시트러스 큐컴버 스매시’ 등 동봉된 레시피를 따라 훌륭한 홈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덕분에(?) 베를린의 여름이 더욱 뜨겁고 길어졌다. 한 여름이 되면 베를리너들은 무조건 야외로 향한다. 공원과 호수, 강변에 늘어서 있는 야외 클럽, 강물 위에 떠있는 수영장인 ‘바데쉬프’ 등에서 후끈한 파티를 벌인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원한 술과 아이스크림. 둘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스카디다. ‘겨울의 신’이란 이름을 지닌 스카디는 이른바 ‘칵테일 아이스’다. 4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올해 초 첫 선을 보인 ‘핫템’으로 ‘모스코 뮬’ ‘섹스온더비치’ ‘솔레로 칵테일’ ‘위스키 사워’ 등 총 4가지 맛이 있다.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아이스크림이니 비건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야외에선 간편한 아이스 바로, 집에선 작은 유리잔에 올려 허브나 과일을 첨가해 칵테일 셔벗으로도 즐길 수 있다.
소규모 독립 양조장이 우르르 생겨나던 2012년. 보드카에 진한 유기농 사과 주스, 향신료를 넣어 만든 술 ‘베를리너 빈터’가 탄생했다. ‘빈터’가 겨울을 뜻하는 만큼, 따끈하게 데워 먹는 이 술은 글뤼바인이 전부였던 크리스마스 마켓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곧 높은 호응에 힘입어 여름 판인 ‘베를리너 좀머’가 출시됐다. 베를리너 좀머의 경우 라임을 첨가해 상큼한 맛을 더했다. 이번 여름에는 체리 주스와 블랙 커런트를 주재료로 한 ‘베를리너 좀머 로트’도 새롭게 선보인다. 시내 90여개의 마켓과 슈패티(리커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숍과 바에서 맛볼 수 있다.
독일인들이 즐겨 마시는 독특한 음료가 있다. 바로 숄레(Schorle)다. 숄레는 주스나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다. 와인에 물을 타다니! 놀랄 테지만, 뜨거운 여름날엔 청량감이 넘실대는 ‘바인숄레’가 제격이다. 가장 흔히 마시는 것은 사과 주스를 베이스로 한 ‘아펠숄레’다. 최근엔 에르메스도 반한 빨간 채소 루바브를 넣은 ‘라바바숄레’가 인기. 모던한 그래픽 라벨이 돋보이는 오스트모스트는 유기농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과 채소로 숄레와 사이다를 만든다. 사과와 루바브, 애플-민트, 레드 비트, 블랙 커런트 등 다섯 가지 맛이 있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애정하는 음료로 알려지며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고 있는 콤부차. 콤부차는 홍차버섯이라는 배양체에 홍차나 허브차를 부어 발효시킨 음료다. 과거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장생차’로 마셨던 음료가 기원으로 면역력 증가, 항산화 및 해독 작용, 피부 미용과 노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웰빙 음료다. 베를린에서도 다양한 콤부차 음료를 만날 수 있는데, 마더 콤부차는 코르도바, 파커스 보울, 인더스트리 스탠더드 등 베를린의 힙한 레스토랑과 바가 선택한 콤부차다. 레모네이드를 베이스로 라임과 민트, 엘더플라워를 첨가한 상큼하고 향긋한 맛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베를린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음식과 무알콜 음료의 페어링에 관한 워크숍이 열릴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바에서 늘 주스나 청량 음료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이들을 위한 무알콜 스피릿이 출시되고 있다. 그 첫 문을 연 것은 런던의 시드립이다. 카르다몬과 레몬, 그레이프 프루트를 담은 ‘스파이시 94’, 배와 스피어민트, 로즈마리, 타임을 담은 ‘가든 108’, 총 두 가지로 출시된다. 여기엔 설탕을 비롯해 그 어떤 인공적인 향과 첨가제도 들어있지 않다. 토닉 워터와 함께 깔끔하게 즐기기에도, 시럽이나 비터, 과일 등을 더해 다양한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