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책임감 있는 도시 여행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이슈다. 지난 해 “관광객은 꺼져라(Tourismt, Go Away)” 라는 피켓을 든 이탈리아 베니스 시민들의 시위가 큰 화제가 됐다. 베니스를 비롯해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베를린, 두브로브니크, 제주도 등 세계적인 관광 도시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로, 과잉 관광 산업으로 인해 지역이 훼손되고 현지민의 삶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책임감 있는 여행’이 대두되고 있다. 각 도시는 유명 관광지를 떠나 주변의 새로운 동네, 숨겨진 골목들을 소개하고 도시의 자연 환경 및 문화를 깊숙이 체험해볼 수 있는 가이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베네치아의 #EnjoyRespectVenezia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 웹사이트를 통해 여행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방문객들을 위한 12개 실천 지침’을 안내한다.

365일 스마트 여행

최근 항공사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한 적이 있다면 부쩍 길어진 성수기 적용 기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여행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없어질 정도로 여행은 일상화가 됐다. 여기엔 모바일을 비롯한 IT기술의 발달이 큰 몫을 했다. 이제 사람들은 소파에 앉아 혹은 침대에 누워 모바일을 통해 원하는 여행지를 검색하고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며 구글 트립과 같은 앱으로 여행 일정표를 저장한다. 이렇게 여행하기가 쉬워지다 보니 사람들은 일년 내내 여행을 계획한다. ITB 베를린에 참가한 관광청 부스들 중 ‘365일 여행지(All year round destination)’를 내세운 곳이 많았다. 과거엔 연중 따뜻한 햇살과 해변을 즐길 수 있는 적도 근처의 휴양지들에 국한된 콘셉트였는데 지금은 ‘동계올림픽이 열린 평창’,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노르웨이와 캐나다의 오로라 투어’, ‘하얼빈 얼음 축제’ 등 겨울 여행 또한 각광받고 있다.

호텔에서 만나는 인공지능

이제 스마트폰으로 체크인하고 각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는 ‘키리스(KeyLess)’ 서비스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버틀러가 시중을 드는 세상이다. 여행 업계에서도 ‘인공지능’가 화두인데, 특히 호텔 업계에서 그렇다. 2014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알로프트 호텔에서 로봇 버틀러를 선보인 이후 세계의 호텔들이 로봇 호텔리어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홍콩, 싱가폴, 미국 등에서 두드러진다. 일본 나가사키현 하우스텐보스에 위치한 헨 나 호텔의 경우 체크인에서부터 짐 운반, 청소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한다. 또 객실 내에도 로봇이 있어 음성 명령에 따라 조명을 제어하거나 알람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세계 공통, 맛도락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슬로건은 여행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한 도시에 좀더 오래 머무르며 그 도시의 삶과 문화를 일상처럼 즐기는 ‘체험 여행’이 부쩍 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체험 테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이다. 미식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독일도 ‘미식 여행’을 주력 테마로 삼을 만큼, 가스트로미 투어리즘이 세계적인 열풍이다. ITB 베를린 전시장에도 맛있는 음식이 넘쳐났다. 네덜란드는 스트룹 와플을 굽고,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지역은 쿠킹클래스를 마련했으며, ‘윤식당’의 촬영지였던 스페인 테네리페 섬은 와인과 치즈 테이스팅을, 인도네시아와 코스타리카는 커피를 준비했다. 각 관광청과 여행사들은 음식을 주제로 한 브로슈어와 음식을 맛보고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장소, 축제들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역시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의 사람들을 어우러지게 하는 데 음식만큼 좋은 것은 없다.

LGBT를 위한 여행지

LGBT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를 합친 단어, 즉 성소수자를 일컫는 말이다. ITB 베를린에서는 2010년 이래 LGBT여행자들을 위한 특별관을 운영해오고 있다. 참여한 부스를 보면 LGBT프렌들리 여행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뉴욕과 시카고, 일리노이, 플로리다, 캐나다 온타리오,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발렌시아,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태국과 일본 등이다. 특히 미국 시카고와 일리노이는 #AmazingForAll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퀴어까지 아우르는 LGBTQ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 코스, 호텔, 축제, 놀거리 등을 선보였다.

2018년 떠나야 할 여행지는?

전시장의 규모를 보면 그 나라의 관광 산업에 대한 입장을 알 수 있다. ITB 베를린은 매년 주빈국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터키다. 2개관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채운 터키는 산과 바다, 찬란한 역사 유적, 문화와 음식까지 아낌없이 보여줬다.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던 지역은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중해 휴양지로 꼽히는 남서부 안탈리아와 마르마리스. 단, 이슬람국가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 세력에 의한 테러 경보는 확인해야 한다. 올해 특별한 행사나 축제가 열리는 도시에도 주목한다. 북아프리카의 유럽으로 불리는 몰타 섬의 수도 발레타(Valleta),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트주의 주도인 레이와르덴(Leeuwarden)는 2018년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됐다. 올해 여름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월드컵은 축구팬 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의 축제다. 더불어 가까운 발칸 반도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등도 여행자들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영국의 해리 왕자의 결혼과 더불어, 약혼녀와 함께 캠핑 여행을 즐겼던 보츠와나가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홍콩주해, 마카오를 잇는 55킬로미터의 자리가 완공되며 미식과 쇼핑을 즐기는 여행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국내 새로운 취항 소식과 함께 챙겨 볼 여행지는 아시아나의 직항편이 생기는 베니스바르셀로나.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도시로 베니스가 속한 베네토 주의 주변 도시,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주변 도시를 적절히 둘러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