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예전에 대구에서 아주 큰 해장국집을 하셨다. 청도 해장국. 대구 출신의 울 엄마 세대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름. 그래서 당시 대통령도 다녀갔다는 식당. 들은 바로는 ‘해장국 원조’로, 대구 음식 문화재로 이름을 올렸던 외할머니. 그런데 여섯살 때 였나. 부엌 뒤곁에 늘어선 양철통, 그 안에 그득이 담긴 소 피를 보곤 질겁하여 정작 해장국집 손녀딸은 성인이 될때까지 먹지 못했던 음식. 해장국을 먹지 못하는 손녀딸을 위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보글보글 된장찌게를 끓여주셨더랬지. 울 외할머니의 된장찌게는, 좀 짜긴 했지만 지금까지 먹어 본 된장찌게 중 여전히 최고다.
해장국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식당에 배어든 오래 오래 끓인 고깃 국물 냄새를 기억한다. 어제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는 길, 우연히 쾰른의 유서 깊은 굴라쉬 맛집을 찾아 들어섰는데, 바로 그 고깃 국물 냄새가 났다. 지금은 볼수 없는 외할머니 생각에, 외할머니 손맛을 그대로 이어 받은 울 엄마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굴라쉬 수프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곁들이자면,굴라쉬Gulash는 헝가리식 쇠고기 야채 스튜다. 헝가리어로는 구야시Gulyás라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소나 양을 몰던 목동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부다페스트 근교의 괴될뢰 Gödöllő에 가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엘리자베스 씨씨’ 왕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괴될뢰 궁전이 있다. 그 근처 구야시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정말 맛있어요.”
“그치? 우리가 수프 좀 잘 끓여”
흥겹고 친절한 직원에 또 한번 내 고향과 가족이 그리워졌던 쾰른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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