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Kitchen

MÜNCHEN 뮌헨의 비어가든에서 즐기는 가을

일년 중 언제 독일을 찾는게 좋냐고 물으면, 난 지금 이맘 때를 추천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베를린도 좋지만, 독일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만끽하게 해주고 싶어 뮌헨을 함께 추천한다. 차로 1~2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청정 호수, 알프스 산이 있는 뮌헨은 한결 여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세계적인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함게 찾으면 좋겠지만, 이 시기엔 호텔이 너무 비싸고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옥토버페스트가 끝난 지금을 선택했다해도 서운해 할 필요 없다. 의자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광란의 파티는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맥주, 바이에른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비어가든이 도처에 널려 있다.

비어가르텐의 유래

비어가든, 독일어로 비어가르텐Biergarten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서 유래했다. 그 역사는 19세기 바이에른 왕국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맥주 산업을 더욱 부흥시키고자 뮌헨의 젖줄인 이자 강변에 맥주 양조장과 저장고를 지었다. 맥주 저장고는 서늘한 환경을 가져야 했는데, 이를 위해 넓직한 이파리를 가진 밤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한껏 운치있는 강변이 된 것이다. 양조장들이 나무 아래 테이블을 깔고 갓 뽑은 맥주와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당연히 큰 인기를 끌었고 손님을 뺏긴 여관과 선술집 주인들의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1812년, 바이에른의 왕이었던 막시밀리안 1세가 찾은 절충안은 빵을 제외한 음식 판매를 금지하고 맥주만 팔게 하는 것이었다. 음식을 판매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싸왔다. 그래서 피크닉 장소로 유명해졌다. 비어가르텐의 전통은 이렇게 시작됐다.

비어가르텐 이용법

비어가르텐은 어떻게 즐길까? 이름에서 보여주는 그대로 원하는 ‘맥주’와 ‘정원’을 고르면 된다. 비어가르텐은 특정 양조장이 운영하거나 개인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1~2가지 특정 양조장의 맥주만 판매하는게 일반적이다. 즉 한 비어가르텐에서 아우구스티너 맥주와 호프브로이 맥주를 함께 마시기 어렵다는 것. ‘맥주 맛’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원하는 브루어리의 맥주가 있는 곳을 찾고 ‘정원’이 중요한 사람이면 풍경 좋은 공원을 위주로 찾으면 된다. 아우구스티너뮌헨 내 비어가르텐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한 ‘뮌헨 비어 가든즈’ 웹페이지가 도움을 줄 것이다.

원하는 비어가르텐을 골랐다면 이제 맥주에 곁들일 음식을 결정해야 한다. 여행자라면 바이에른의 전통 음식들을 맛보고 싶을텐데, 비어가르텐에서도 즐길 수 있다. 1897년 비어가르텐은 다시 음식을 팔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물론 바이에른 비어가든 조례Bayerische Biergartenverordnung에 따라, 원칙적으로 집에서 챙겨오는 음식은 반입 가능하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비어가르텐에서도 테이블 보가 깔린 곳은 ‘음식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즉, 이곳에서 챙겨 온 음식을 먹는 것은 실례다. 외부 음식을 가져 온다면 테이블 보가 없는 길고 넓직한 테이블에 앉으면 된다. 그리고 맥주를 비롯한 다른 음식들은 셀프 서비스로 즐긴다.

예를 들면, 뮌헨의 내 친구가 좋아하는 맥주는 아우구스티너다. 사랑스러운 래브라도와 함께 사는 친구는 매일 개와 함께 공원을 산책한다. 날씨가 근사하고, 친구와 함께 동행하는 날이면 공원에 있는 비어가르텐으로 향한다. 풍경이 좋기론 엥글리셔가르텐Englischer Garten(영국 정원)의 히어샤우Hirschau와 제하우스Seehaus 최고지만,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히어쉬가르텐Hirschgarten으로 향한다. 이곳에 위치한 비어가르텐 ‘쾨닉리허 히어시가르텐’은 무려 8000석 규모를 가진, 뮌헨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비어가르텐으로 손꼽힌다. 이곳에선 흔치 않게 두 가지 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친구가 좋아하는 아우구스티너와 내가 좋아하는 테컨제 슈페치알 헬이다. 아우구스티너는 전통 방식 그대로 나무 배럴에 담긴 맥주를 배달하는 유일한 양조장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이곳을 더욱 찾게 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피셔 프로니Fischer-Vroni의 슈텍케를피쉬Steckerlfisch 때문이다. 길다란 막대기에 생선을 꽂아 불 위에 통째로 구운 것으로 바이에른 남부, 오스트리아 북부의 별미다. 여기에 근처 로트크로이츠플라츠Rotkreuzplatz의 갈레리아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구입한 핸들Händl(혹은 브라트핸들, 치킨구이), 슈바이네바우흐Schweinebauch(혹슨 크누스프리거 슈바이네바우흐 Knuspriger schweinebauch, 삼겹살 구이), 학센Haxen, 근처 시장에서 산 싱싱한 채소 들을 곁들여 먹는다. 맥주가 술술~ 넘어간다.

뮌헨의 비어가르텐은 바이에른인들 더 나아가 독일인들의 ‘소확행’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옥토버페스트에서 자주 부르는 건배송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아인 프로짓, 아인 프로짓 데어 게뮤틀리히카이트

Ein Prosit, Ein Prosit der Gemütlichkeit

‘게뮤틀리히카이트’는 따뜻함, 안락함을 뜻한다. 자연을 드리운 정원에 앉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혹은 혼자면 어떤가. 큰 돈이 없어도 맛볼 수 있는 음식에 신선한 맥주 한잔 곁들이며, 종종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독일에서 비어가르텐을 사랑하는 이유다.


가을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비어가르텐

1. 히어시가르텐 Hirschgarten

히어시는 사슴을 뜻한다. 비어가르텐 옆에 사슴들이 뛰노는 사육장이 있다. 작은 회전 목마도 있다. 즉,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관광객이 아닌 뮌헨 로컬들이 많이 찾아 퇴근 시간때쯤이 되면 자주 붐빈다. 레스토랑이 있어 바이에른 전통 요리를 두루 맛볼 수 있다. 월드컵, 유로컵 등 중요한 경기를 하는 때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 관람도 할 수 있다.

ADDRESS Hirschgarten 1 80639 Munich (Neuhausen)

TEL +49-89-1799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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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히네지셔 투름 Chinesischer Turm

엥글리셔가르텐은 총 417헥타르(4.17제곱킬로미터/126만1천425평)에 이르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공원이다. 그러다 보니 비어가든이 4개나 자리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히네지셔 투름(차이니즈 타워)옆의 비어가든이다. 뮌헨에서 두번째로 큰 비어가든으로 서비스 테이블만 해도 500석, 셀프 서비스 지역엔 총 7000여 석이 마련되어 있다. 슈바이네학센, 슈텔케를피쉬, 렌들 등 전형적인 음식과 호프브로이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만약 7월에 찾는다면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해도 좋다. 19세기 이곳에선 매년 귀족들의 요리사, 하인들이 모여 ‘코허발Kochball’이란 사교 파티를 열었는데, 참여하는 사람들은 달라졌지만 그 전통을 지키고 있다. 7월 3번째주 일요일 오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열리며 당시의 복장 및 바이에른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이 북적거리며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또 이곳은 겨울에 찾아도 좋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나머지 비어가르텐은 클라인헤젤로허 호수Kleinhesseloher See근처에 위치해 한층 운치있는 풍광,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ADDRESS Englischer Garten 3 80538 Munich (Schwabing)

TEL +49-89-3838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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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빅투알리안마르크트 Viktualienmarkt

빅투알리안마르크트는 뮌헨 구시가 중심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다. 시청사 근처에 위치해 소문난 관광지이기도 한 만큼, 빅투알리안마르크트에선 뮌헨을 대표하는 6개 브루어리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아우구스티너, 하커프쇼, 뢰벤브로이, 호프브로이, 파울라너, 슈파텐이다. 총 600여 석의 서비스 테이블과 200여 석의 셀프 서비스 테이블이 있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시장에 위치해 있다보니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전통 요리는 물론 최신 버전의 스트리트 푸드 가판대, 신선한 채소와 과일, 로컬 치즈와 햄, 또 바로 옆에 위치한 이탤리언 수퍼마켓 ‘잇텔리’의 맛있는 음식들을 한데 즐길 수 있다.

ADDRESS Viktualienmarkt 6 80331 Munich (Innenstadt)

TEL +49-89-297545

WEB

“오아네Oane! 한 잔!”

(바이어른 사투리, 비어가르텐에서 주문할 때 1리터짜리 마스Maß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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