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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기차타고,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원정기 (2) 라이프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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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중세 시대로 간 크리스마스 마켓 

라이프 치히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음악의 도시’다. 오페라의 거장 바그너가 태어난 곳이고, 서양음악사를 뒤흔든 세기의 커플 슈만 과 클라라가 만나 결혼한 곳이며,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엄친아’ 멘델스존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말 다 했다. 그중에서도 라이프치히를 대표하는 음악가는 바흐다. 바흐는 여러 도시를 떠돌다 38세가 되던 해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후 매주 새로운 칸타타를 내놓 을 정도로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다 64세에 세상을 떠났다. 보송보송한 저스틴 비버의 캐럴이 아닌,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이 부른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들으며 라이프치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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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182킬로미터, 고속 열차 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이 조금 넘게 달리면 라이프치히 중앙 역에 도착한다. 라이프치히 중앙역은 베를린 중앙역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차역으로 손꼽힌다. 이는 플랫폼을 나서는 순간 알 수 있다. 3층짜리 거대한 쇼핑몰이 역사에 들어서 있는 형상이다. 그러다 보니 12월의 라이프치히 중앙역은 통째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되어버린다. 고풍스러운 역사를 화려하게 밝혀주는 조명 장식, 그 아래로는 온갖 크리스마스 장난감이며 먹거리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확신하건대, 이곳을 둘러보다 갈 길을 뒤로 미루고 라이프치히 시내로 향한 여행자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역내의 관광안내센터에서 나눠주는 라이프치히 시내의 크리스마스 지도를 봤다면 도리가 없다. 구시가가 온통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를 외면할 수 있다면 자신의 EQ 지수를 의심해야 한다. 특히 하루동안 자유롭게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데이 패스나 저먼 레일 패스 소지자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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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을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구시가다. 니콜라이 거리Nikolai Str.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면 머지 않아 12세기에 지어진 고전적인 자태의 니콜라이 교회Nikolaikirche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크리마스 마켓의 행렬이 이어진다. 크고 작은 광장이며 좁은 골목에까지 부스가 들어서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중세시대에 대한 독일인들의 애착은 꽤 깊다.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냐고?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겐의 반지>, <파우스트 이야기>를 떠올리면 감이 올 것이다. ‘철갑 옷을 두른 멋 진 기사가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의 도피를 하다 연금술사의 마법으로 위험에 빠질 무렵 유니콘이 나타나 구해준다’와 같은 환상적인 전설이 그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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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깊은 도시는 어김없이 중세 시대 풍경을 재현하는 축제를 연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마찬가지. 라이프치히의 중세 시대 크리스마스 마켓의 경우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같은 주에 속한 드레스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센주의 자랑인 도자기와 에르츠산맥의 마을에서 만든 목공예품, 자연 염직물 등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가옥 구조를 본 뜬 부스에서부터 중세 시대의 문화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벤트 등은 그 어떤 도시보다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또 하나,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즐거운 큰 이유 중 하나가 평소 쉽게 먹지 못하는 전통 음식이나 다른 지방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1년을 기다렸다는 듯 언제나 줄을 길게 늘어서는 곳이 있는데, 중세시대의 빵 ‘호이레카너heurekaner’를 전통 방식 그대로 구워내는 부스다. 햄과 치즈를 넣어 돌로 만든 화덕에 구운 쫀득한 호이레카너는 이곳의 명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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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pzig 04.jpg중세로의 시간 여행에 심취한 나머지 라이프치히가 ‘바흐의 도시’임을 잊지 말 것. 라이프치히 크리스마스 마켓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선율이니 말이다.

The Traveller 2011. December issue.
Writer & Photographer | Dahee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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