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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veller] 기차타고,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원정기 (1) 드레스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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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도, 비엔나와 취리히 그리고 프라하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 그런데 원조가 독일이라니. ‘소비’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독일인의 이미지 때문에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바이나흐츠마르크트Weihnachtesmarkt’를 경험해보면 안다. 검소한 독일인이라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화끈하게 즐긴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말, 기독교의 달력을 따르자면 성탄절로부터 4주 전 일요일에 개장한다. 지도에 ‘시장 광장’이란 뜻의 ‘마르크트플라츠Marktplatz’가 표기된 도시라면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선다.

베를린이나 뮌헨과 같은 큰 도시에서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마켓이 곳곳에서 열리는데, 중심은 마르크트플라츠 혹은 시청사, 대성당 등이 된다. 간이 부스가 들어서고 크리스마스 장식품이나 갖가지 공예품, 먹을거리 등이 진열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독일 전역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독일에서는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연말 모임을 갖는다. 크리스마스에 가족에게 줄 선물, 오랜만의 수다에 곁들일 맛있는 지역 음식, 따뜻이 데운 글뤼바인 그리고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과 크리스마스 이벤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엔 다른 지역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기차를 타고 두어 시간만 달려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를 만나고 그 지역의 독특한 로컬 제품을 ‘득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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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
독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 동부 작센주Sachsen의 주도인 드레스덴Dresden이다. 베를린 근교의 도시를 여행하고 싶다면,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드레스덴이 정답이다. 드레스덴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엘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 수면 위로 비치는 드레스덴 옛 시가의 풍경 그 한 장면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동에 휩싸인다. ‘엘베 강의 피렌체’로 비견될 만큼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품은 아름다운 도시. 과거 신성로마제국 최초의 왕조인 작센 왕조의 수도로 오랜 세월을 군림하며 바로크, 고딕, 르네상스, 네오르네상스 등 수세기의 미학을 고스란히 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체코 프라하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텐데, 맞다. 드레스덴은 프라하와 닮았다. 거리가 가깝다. 체코 국경까지 기차로 2시간, 프라하까지 4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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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세 후기인 1434년, 옛 시가의 알트마르크트 광장Altmarkt Platz에서 처음 열렸다. 알트마르크트 광장은 중앙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찾아가는 방법은 아주 쉽다. 기차를 타고 드레스덴에 갔다면 중앙역 맞은편의 프라거 거리Prager Str.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게 된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신구에서부터 두툼한 소시지 구이, 설탕을 잔뜩 뿌린 독일식 도넛 등의 길거리 음식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이 처음이라면 여기서부터 정신을 놓아버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정도 마켓은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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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만의 매력은 프라거 거리의 끝, 알트마르크트 광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알트마르크트는 드레스덴의 800년 역사를 함께해온 대표 시장이다. 이곳은 작센 왕조 시절부터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운영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또한 마찬가지. 각 분야 ‘장인’들의 솜씨가 한곳에 모였다고 봐도 좋다. 가장 유명한 것은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슈톨렌Stollen이다. 슈거 파우더가 뿌려진 커다란 빵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슈톨렌. 스노맨 귀마개, 애교 넘치는 동물 모자까지 덤으로 얹어주는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의 케이크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역시 투박한 독일인’이라는 편견을 가질까 굳이 설명하자면, 과거엔 크리스마스 전 한 달 동안 교회로부터 지정된 금식 리스트가 많았는데, 버터와 설탕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작센 왕가의 반 세기에 이른 청원을 통해 버터 넣는 것을 허락받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슈톨렌이라고 한다. 드레스덴의 거의 모든 베커라이(Bäckerei, 빵집)가 저마다의 레시피로 슈톨렌을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시로부터 금장 마크를 단 ‘드레스데너 슈톨렌’은 독일 전역의 크리스마스 마켓, 고급 델리에서 최고가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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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과 함께 사랑을 받는 것이 있는데, 체코 접경지대인 에르츠산맥의 마을에서 만든 수공예 장난감이다. 특히 호두까지 인형은 전 세계에 컬렉터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 또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신구, 촛대 등이 인기 상품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레스덴 성 앞엔 중세 시대를 테마로 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성모 교회 앞 광장에선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이 끊임없이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한다. 어디 그뿐인가. 독일 동부에서 베를린 다음으로 범상치 않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드레스덴의 신시가지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만드는 ‘컨템퍼러리’한 크리스마스 마켓도 펼쳐진다, 괜히 ‘원조’가 아니다.

 

The Traveller 2011. December issue.
Writer & Photographer | Dahee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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