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곳곳 흥미로운 공간들이 많다. 전쟁과 분단, 통일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또 버려졌으며 현재는 아티스트들과 건축가, 디자이너들을 통해 ‘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근사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그로피우스 바우 Gropius Bau
비행선의 형상을 띈 거대한 은빛 풍선이 베를린의 한 미술관 중앙을 떠다닌다. 아티스트 이불의 작품 ‘Willing To Be Vulnerable’다. 이불의 대규모 회고전 ‘크래시(Crash 충돌)’가 열리고 있는 곳은 크로이츠베르크에 위치한 그로피우스 바우다.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다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을 것이다.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발터 그로피우스인데, 그의 큰아버지인 마틴 그로피우스가 건축한 미술관이다.
1881년에 세워진 그로피우스 바우는 네오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공예 박물관이었다. 이후 응용 예술 박물관, 선사시대 역사와 동아시아 미술 컬렉션을 보여주는 박물관로 쓰여지기도 했다. 그러다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말미 마지막 대규모 폭격에 의해 북쪽 외관과 상층이 거의 파괴되고 지하실의 소장품이 모두 불에 타는 등 치명적인 훼손을 입었다. 그대로 철거될 뻔 했던 그로피우스 바우를 프로이센 문화 유산 재단, 베를린 자유대학의 창립자 에드빈 레츨로브, 월터 그로피우스가 지켜냈다. 그리고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거쳐 1981년 재개관 했다. 흥미로운 점은 재개관 당시 그로피우스 바우의 입구를 남쪽으로 옮겨야 했다는 것이다. 분단 시절이었던 당시 동서 베를린의 경계에 위치해 원래의 입구가 베를린 장벽을 마주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통일 후 입구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지극히 고전적인 외관의 그로피우스 바우는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현대 미술을 소개한다. 삼성 리움 미술관 전시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올라퍼 엘리아슨,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 훈장과 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국의 거장 애니쉬 카푸어 등이 전시를 가졌다. 이들의 전시는 예술을 통해 작가의 역사와 사회 문화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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