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시즌이 돌아왔다. 보수적이고 고고하기로 소문난 바이에른 인들도 흥청대며 정신을 놓아버린다는 어마어마한 파티 타임이다.
올해로 186회를 맞은 옥토버페스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축제다. ’10월의 축제’ 라는 뜻의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바이에른 공국의 왕 루드빅 1세의 결혼 축하 파티에서 시작되었다. 뮌헨 시장이 그 해 생산된 첫 맥주가 담긴 맥주통의 마개를 따는 순간 축제가 시작되며 약 3주간 테레진비제Theresienwiese에서 진행된다.
옥토버페스트를 맞아 바이에른 사람들은 뮌헨으로 모인다. 이곳에서 학업, 직장 등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 친구들이 모임을 갖는다. 뮌헨 출신의 회사들은 회식까지 가진다. 그야 말로 추석 명절과도 같은 행사인 거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름은 ‘옥토버페스트‘지만 행사는 9월 중순부터 10월 초에 열린다는 것. 올해는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된다.
세계 곳곳에 맥주 축제가 수두룩한데, 게다가 성수기라 호텔과 비행기 값이 상당히 비싼데 굳이 옥토버페스트를 찾으라고 권하는 이유? 옥토버페스트는 단순히 독일의 유명 맥주를 선보이거나 맛보기 위한 축제가 아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사람들의 전통 문화와 멋, 놀거리까지 어우러진 연례 행사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는 법. 잘 알지 못하고 찾으면 비싼 돈 들여 흥청‘망청‘대다 돌아왔단 후회를 쌓을 수도 있으니 아래의 노하우를 참고하도록 하자.
1. 드레스코드는 전통 의상
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 드레스코드를 따르는 것이다. 옥토버페스트의 드레스코드는 당연히 바이에른 전통 의상이다. 남자는 셔츠에 가죽바지인 ‘레더호젠Lederhosen’, 여자는 블라우스에 몸매를 극대화 시키는 상의인 보디스, 스커트와 앞치마로 구성된 ‘디른들Dirndl’(외국어표기법에 따라 디른들로 썼지만, 실제 발음은 디언들, 혹은 던들에 가깝다)을 입는다. 여행자들도 전통 의상을 챙겨 입게 할 만큼, 옥토버페스트를 찾으면 레더호젠과 디른들에 탐을 낼수 밖에 없다. 모두 전통 의상을 입은 가운데 나홀로 일반 의상을 입으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풀착장까진 아니더라도 비슷한 분위기의 한 두가지 아이템을 갖추면 나 스스로 축제의 일원이 된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뮌헨 중앙역을 비롯 행사장 주변의 상점에서 ‘일회용 코스프레 의상’을 사 입는다. H&M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저렴한 가격으로 전통의상을 판다. 나쁘지 않다. 요즘은 국내에도 할로윈을 비롯한 코스튬 파티들이 종종 열리니 활용해 볼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저렴한 의상들은 아무래도 질이 떨어지기 마련. 특히 디른들은 의상에 따라 ‘유럽 왕족‘에서부터 ‘식당 종업원‘까지 변신이 가능하다. 나같은 경우 독일에 살고 있으니 한 벌쯤 사두면 또 입을 기회가 있겠지, 하며 온갖 디른들 숍을 뒤져 결국 지난 해 한벌 구입했다. 역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참여한 옥토버페스트는 달랐다.
뮌헨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친구 ‘뮌헨댁‘의 조언을 참고해 디른들 기준, 가봐야할 트라흐텐Trachten(전통의상) 숍을 꼽아봤다.
WEB 로덴프레이
‘앙거마이어Angermaier’ ‘달러 트라흐트Daller Tracht’와 같은 전문숍에서 전통적 디자인은 물론 모던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품질 좋은 의상을 합리적안 가격대로 찾을 수 있다. 스타일을 참고하려면 보그 독일판의 옥토버페스트 화보, 뮌헨의 대표적 셀러브리티인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과 그 가족들이 입은 의상들을 참고하자. 최근엔 아디다스가 옥토버페스트 전용 스니커즈까지 내놨다. 디른들을 입을 때 한가지 주의할 점, 앞치마의 리본을 오른쪽에 묶으면 기혼, 왼쪽에 묶으면 싱글을 의미한다.
WEB 앙거마이어
달러 트라흐트
2. 텐트 안에서 즐기는 바이에른 식 파티
옥토버페스트는 크게 ‘텐트 안’과 ‘텐트 밖’으로 구성된다 텐트는 뮌헨을 대표하는 맥주 양조장들이 세운 행사장이다. 총 14개의 텐트가 있는데 그 규모와 분위기, 음식 등이 다르다. 가장 큰 규모의 텐트는 무려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프브로이 하우스Hofbrauhaus . 10인용 테이블이 대부분인 다른 텐트와는 달리 중간에 ‘입석 테이블’을 마련해둔 까닭이다.
텐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 잡기’다. 보통 옥토버페스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좌석을 미리 예약한다. 여행자로선 조금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 최소 10인 이상 좌석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인원을 모집해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리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규모가 큰 텐트의 2층을 노려본다. 2층까지 예약으로 꽉 차있는 아우구스티너 텐트를 제외하고 제법 어렵지 않게 테이블 한 켠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텐트에선 라이브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는데, 독일의 포크송부터 팝송까지 매년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유튜브나 옥토버페스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단골 곡들을 연습해가면 축제 분위기에 더욱 흠뻑 빠지게 된다. 텐트에서 마시는 맥주는 1리터 용량이 기본이며 도수가 높으니 참고할 것.
WEB 옥토버페스트 공식홈페이지
3. 텐트 밖 놀이공원 즐기기
옥토버페스트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고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많이 찾는다. 맥주를 마시는 텐트뿐만 아니라 텐트 밖으로 ‘놀이 동산’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회전 목마와 공중 그네에서부터 최신식 테크놀로지의 롤러코스터, 자이로 드롭, 자이로 스윙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바이에른 인들이 즐겨 찾는(혹은 구경하는) 놀이기구가 있는데, ‘토보간 썰매’다. 경사길을 빠르게 이동하는 토보간을 타고 올라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로 술 한잔 걸치고 도전하는 기분이 아주 짜릿하다. 연인이라면 관람차와 공중 그네를 추천한다. 그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우리 사랑은 빙글빙글 돌고~” 단 공중 그네는 만취한 상태로 타지는 말자. 참, 연인을 위한 팁이 하나 있다면 목에 거는 하트 모양의 ‘렙쿠흔헤르츠Lebkuchenherz‘를 선물하라는 것. 최고의 수비니어가 될 것이다.
4. 관광객은 잘 모르는, 전통 텐트
옥토버페스트 지도를 보면 맨 아래쪽에 ‘오이데 비즌Oide Wiesn‘이란 구역이 있다. 오이데는 바이에른식 사투리로 ‘오래된, 과거의‘라는 뜻. 옛날의 옥토버페스트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으로 따로 3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담한 비어 텐트도, 텐트에서 사용하는 전통적 맥주 컵도, 중앙 무대의 공연과 이들이입은 의상도, 밖의 놀이기구도 모두 예스럽다.
5. 전통 의상 입고 애프터 파티
옥토버페스트는 밤 10시면 파장이다. 한창 흥과 취기가 오를 때다. 못내 아쉬운 이들은 근처 바와 클럽으로 향한다. 축제장과 머지 않은 중앙역 근처 조넨 슈트라세Sonnenstrasse, 젠들링어 토어Sendlinger Tor에 새벽까지 문을 여는 바와 클럽들이 늘어서 있다. 로레타 바Loretta bar, 해리 클라인Harry Klein, 핌퍼넬Pimpernel로 향하면 전통 의상을 입은 채 맛있는 칵테일, 클러빙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안쪽에 디제이 부스와 춤추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핌퍼넬. 작은 규모, 캐주얼한 분위기의 ‘애프터 클럽‘이다.
WEB 로레타 바
해리 클라인
핌퍼넬
옥토버페스트 여행을 위해 건배!
프로스트Pros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