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Place

슈타지 박물관과 CCTV, 그리고 카메라

카메라가 없어졌다. 이동 중이었다. 이고 지고 짐이 많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찾을 방도가 없다. 한국의 경찰청 페이스북에 종종 올라오는 것처럼, CCTV로 도난 현장을 확인하기 어렵다. 왜? CCTV가 없으니까.

수년 전, 한국을 찾은 독일 친구가 아파트 단지에 달린 CCTV를 보고 질겁을 했다. 난 ‘안전’을 위한 것이라 설명했고, 그는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했다. 지난 주말 취재 때문에 구동독 비밀 경찰의 본부 ‘슈타지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독일인들이 CCTV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겠다. 허락없이 촬영을 하는 것도 굉장히 싫어한다(이건 원래 무례한거다).

어땠든, 카메라는 자취를 감췄고 슈타지 박물관의 카페는 예상치 못하게 예뻤다.


슈타지 박물관 Stasi Museum

독일이 동과 서로 갈라졌던 시절, 동독엔 비밀경찰이 있었다. 정식 이름은 ‘미니스테리움 퓌어 슈타츠지혀하이트 Ministerium für Staatssicherheit, 약자 MfS’ 즉 국가 보안원이다.

이들의 임무는 반체제 인사 감시 및 탄압, 국경 경비, 해외정보 수집, 대외 공작 등이었다. 1950년에 창설되어 1990년에 해체됐다.

슈타지의 역할이 어떤 것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2007년 아카데미 상을 비롯해 온갖 영화제를 휩쓴 영화 <타인의 삶>이다. 영화의 배경은 1984년 동독.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 도청하며 그들의 삶이 동화되어간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독일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독일 역사, 독일 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슈타지 본부의 구조에 대해 설명 중

슈타지는 동독인구 1700만 가운데 무려 600만에 대한 정보파일을 만들어 감시했다고 한다. 3명당 1명 꼴로 사찰당하고 있던 거다. 이들의 사찰 행각은 1990년 1월 13일, 동독 정부가 무너지고 시민들이 이곳을 점거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실 슈타지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그간의 기록을 파쇄, 소각해왔다. 시민들은 이들을 보존하자는 뜻을 모았고 통일 후 ‘연방 슈타지 기록소’라는 정부 기관을 세워졌다. 이곳에선 슈타지의 행각을 조사하고, 이들이 다급히 찢고 파쇄한 문서들을 여전히 복원 중이다. 구동독인들은 사찰 당한 본인의 기록을 열람할 수도 있다. 자신들의 흑역사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개방해 과거 청산을 이루는 모습, 정말 대단하다.

슈타지 박물관은 실제 슈타지가 활동했던 본부에 들어섰다. 겉보기에도 음울한 본부의 전체 규모가 상당한데, 그중 슈타지 박물관은 하우스 1에 자리한다.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실에서 비밀 경찰들의 프로필과 활동 내용이 담긴 기록, 관련 사진과 동영상, 관련 전시품, 회의실과 집무실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과거 집무실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모습
감시를 위해 쓰여졌던 카메라와 소품들
동독 주민들에 대한 기록들
슈타지의 아지트, 슈타지가 살았던 곳들

베를린의 동쪽 리히텐베르크에 위치한 슈타지 본부는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베를린 장벽붕괴 30주년 행사가 펼쳐지는 7개 장소 중 하나다. 특별한 전시 및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이 기간 중 베를린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들러볼 것.

맨 윗층에 위치한 카페의 빈티지한 카운터

>> Stasi Museum
ADD Ruschestraße 103/Haus 1, 10365 Berlin Lichtenberg
OPEN 월~금요일 10:00~18:00, 주말 및 공휴일 11:00~18:00
TEL +49-(0)30-553-6854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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