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이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불리던 캥거루 아일랜드는 ‘죽음의 땅’이 됐다. 호주 산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 즉 유례없는 고온과 건조 현상으로 생겨났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쓰레기를 만드는 인간은 그 누구도 이 산불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여행자야말로 죄책감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댓가로 떠나는 달콤한 휴가를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 그렇다면 책임감 있는 여행자(Respectful Traveler)가 되어야 한다.
당신의 여정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곳 중 하나가 호텔이다. 하지만 더욱 많은 호텔 브랜드가 그 책임을 공감하고 친환경 옵션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호텔 브랜드를 알아보자.
페어몬트 호텔 앤 리조트 | Fairmont Hotels & Resorts
유럽 최대 호텔 그룹인 아코르 호텔 그룹은 소피텔과 노보텔, 이비스를 비롯, 20여 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플래닛 21’이라는 환경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각 지역사회와 환경에 대한 협력을 도모한다. 그중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페어몬트 호텔이다. 페어몬트 호텔은 도시 양봉의 선두 주자다. 2008년 토론토 페어몬트 로열 요크의 루프톱 가든에서 시작해 드라마 <도깨비>의 호텔로 잘 알려진 퀘벡의 샤토 프롱트낙, 샌프란시스코, 멕시코 캉쿤의 마야코바, 케냐의 사파리 클럽,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양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페어몬트 호텔은 본격적인 양봉을 위해 ‘비(Bee) 호텔’까지 자체 제작했다. 여행자는 양봉을 통해 맛있는 꿀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꽃과 나무를 심고 정원과 텃밭을 가꾸어 더욱 풍성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엔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에서 도시 양봉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아코르 호텔 그룹의 다른 호텔에도 전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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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튼 호텔 | Kimpton Hotels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북미에서 패셔너블하기로 소문난 부티크 호텔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킴튼 호텔은 현재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에 속해 있다. 킴튼 호텔이 부쩍 사랑받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최고의 반려견 정책과 함께 여러 매체가 북미에서 으뜸으로 꼽는 친환경 호텔이기 때문이다. 킴튼 호텔은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가 인증한 ‘그린 키 에코 레이팅 프로그램(Green Key Eco-Rating Program)’을 도입했으며 이를 100% 달성한 최초의 호텔 브랜드다. 이곳에서는 샤워 후 비누, 샴푸, 보디 클렌저가 남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클린 더 월드’라는 글로벌 보건 기구가 남은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 비누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100여 개국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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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언 오토그래프 컬렉션 | the DOUGLAS, Autograph Collection
세계 최대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 호텔 그룹의 신상 브랜드다. 더글러스, 언 오토그래프 컬렉션(이하 더글러스)는 ‘역사와 미래, 자연과 도시의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다. 그런 만큼 도시 환경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우아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특징으로 한다. 더글러스의 첫 호텔은 2017년 친환경 도시로 유명한 밴쿠버의 파크 밴쿠버 복합단지에 문을 열었다. 객실에서 내려다보면 푸르른 공원과 폴스(False)강의 평화로운 정경이 펼쳐진다. 호텔에 머물기만 해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듬뿍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더글러스를 포함, 파크 밴쿠버 복합단지의 모든 건축물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LEED 골드 등급을 받았다.
WEB www.thedouglasvancouver.com
포시즌스 호텔 앤 리조트 | Four Seasons Hotels
포시즌스 호텔 앤 리조트는 개개인에 맞춘 세심한 서비스로 감동케 한다. 고객뿐 아니라 그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같아 보인다. 각 호텔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환경 프로그램은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지구 환경과 생태에 눈길이 가는 이들이라면 호텔 리스트를 찬찬히 훑어봐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태국의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 트라이앵글이다. 의식 있는 여행자라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코끼리 쇼를 보아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코끼리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학대를 당한다.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 트라이앵글은 골든 트라이앵글 아시아 코끼리 보호재단(GTAEF)과 협력해 학대받는 코끼리를 구조하고 후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엘리펀트 위스퍼러 패키지’는 수의사, 조련사와 함께 코끼리에 대해 배우고,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코끼리 조련의 비밀 의식을 체험할 수 있다.
몰디브의 포시즌스 리조트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다소 절박하다.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는 지구 온난화로 산호가 죽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몰디브에 자리한 두 곳의 포시즌스 리조트는 산호 보호 단체인 리프스케이퍼스(Reefscapers)와 협력, 여행자에게 자신의 이름 팻말을 단 산호를 기증하고 이들의 생장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몰디브의 바다를 바라보면 절로 참여의 손길이 미친다.
WEB www.fourseasons.com
식스센스 리조트 앤 스파 | Six Senses Hotels & Resorts
우리에겐 ‘최고급 허니문 리조트’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식스센스 리조트 앤 스파는 ‘에코 투어리즘의 개척자’라는 타이틀로 호텔 및 여행 산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식스센스 리조트 앤 스파를 찾으면 누구나 친환경 여행자가 된다. 호텔은 지역 문화와 환경을 고려해 짓는다. 재생 및 재활용이 가능한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자재를 사용하고 건물 전체는 에너지와 물을 최소화할 수 있게 설계하며, 물은 자체 증류기를 통해 정수하고 스파클링 워터를 만들어 이를 판매해 얻은 이익을 ‘지속 가능성 기금(Sustainability Fund)’에 기부한다. 식스센스 피지의 경우 100% 태양열 에너지로 호텔을 운영한다. 호텔에 비치된 물품은 ‘Reduce, Reuse, Recycle’을 방침으로 구성한다. 에어컨과 조명은 객실을 나서는 순간 저절로 꺼지고 테이블에 놓인 메모지는 재활용지이며 욕실에 비치된 세제는 친환경 제품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도 풍부하다. 중국 쓰촨의 판다 서식지 근처에 있는 식스센스 칭청산 리조트는 아기 판다에 대해 배워볼 수 있는 액티비티, 쓰촨 요리 쿠킹 클래스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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