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자연 속으로
베를린은 세계적인 그린 시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을 떠나기 꺼려지는 지금 , 아름다운 수과 호수, 공원이 있어 베를리너들은 행복하다.
베를린은 여전히 핫하다. 2000년대 초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가고 싶어하는 로망시티에서 현재는 젊은 사업가와 개발자들이 몰려드는 유럽 스타트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0년간 각자 다른 이유로 베를린을 찾았지만 모두가 공통점으로 꼽는 베를린의 매력이 있다. 바로 어디에서든 뛰어들 수 있는 자연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은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그린 시티’다. 총면적 891.8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2500 여개의 공원이 있고 이는 약 64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베를린 은자연 마저 참 ‘베를린스럽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곳을 찾기가 어렵다. 야생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순수하다.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간과 공존한다. 베를리너는 자연을 거닐며 휴식을 취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감을 얻는다. 한여름에 베를린을 찾은 여행자들은 텅빈 거리를 보며 깜짝 놀라곤 한다. 베를리너는 숲이며 호수, 공원에 있다.
(1) 베를린을 대표하는 공원들
티어가르텐 Tiergarten
베를린 도심 한가운데 약 2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공원이 있다. 과거 제후들의 사냥터였던 티어가르텐이다. 숫자만으로는 와닿지 않는 규모를 실감하려면 공원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전승기념탑 ‘지게스조일레Siegessäule’에 오른다. 19세기 중반 프로이센이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천사의시>에 등장했던 바로 그 탑이다. 황금빛 승리의 여신상 아래 전망대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대의 테크놀로지는 기대할 수 없다. 한걸음 한걸음 가쁜 숨을 몰아쉬며 285개의 계단을직접 올라야 한다. 수고한 만큼 발 아래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티어가르텐은 베를린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랜 사랑을 받고있는 공원이다.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밀림에 가까운 녹지와 산책로, 낭만적인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은 호수와 비어 가든, 수준 높은 문화 행사 및 전시가 열리는 ‘하우스 데어 쿨투렌 데어 벨트Haus der Kulturen der Welt’, 심지어 1400여 종의 동물이 사는 베를린 동물원까지 있다. 티어가르텐을 좀 더 깊숙이 즐기고 싶다면 동물원 옆에 위치한 25아워스 호텔 비키니 베를린25Hours Hotel Bikini Berlin에 머문다. 호텔의 콘셉트는 ‘어번 정글’이다. 객실, 해먹이 늘어진 로비와 사우나, 바와 레스토랑의 창밖으로 동물원과 티어가르텐을 마주한다.
LOCATION Straβe des 17. Juni 100, 10557 Berlin
프리드리히스하인 폴크스파크 Friedrichshain Volks Park
우리말로 하면 프리드리히스하인 시민 공원이다. 베를린 동쪽 프렌츨라우어베르크와 프리드리히스하인 지역 사이에 위치한 이 공원은 베를린의 다른 공원에 비해 정성 들여 조성한 느낌을 준다. 유럽식 풍경을 자아내는 동화의 분수 메르헨브루넨Märchenbrunnen부터 근사한 야외 테라스를 가진 레스토랑이자 카페인 쇤부른Restaurant Schöenbrunn, 벤치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연못과 향긋한 허브 가든, 잘 다듬어진 산책로, 널따란 잔디밭, 야외 극장, 농구장과 배구장, 놀이터 등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그러다보니 주말이면 정말 다양한 베를리너를 만날 수 있다. 동화의 분수 앞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노인 합창단, 손수 만든 장식이며 풍선을 달아 생일파티를 즐기는가족, 언덕에 올라 체력 단련에 여념이 없는 반라의 청년들, 바비큐를 구우며 낮술을 즐기는 청춘들, 야외 영화관을 찾은 연인까지 모두를 위한 공원이다.
LOCATION Am Friedrichshain 1, 10407 Berlin
템펠호퍼펠트 Tempelhofer Feld
템펠호퍼펠트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불린다. 이곳은 과거 공항이었다. 독일 분단 시절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동독에 위치했던 베를린은 동서 베를린으로 쪼개졌고 서베를린은 동독 안에 홀연히 자리한 ‘육지의 섬’이 됐다. 냉전이 악화되었을 때 동독은 서베를린으로의 식량 공급을 막기 위해 모든 길목을 봉쇄했는데, 그래서 연합군이 선택한 것은 하늘길이었다. 템펠호프 공항은 그 관문이 되었고 서베를린 시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 2008년, 소음 문제 때문에 공항 폐쇄가 결정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시민의 거센 반대로 휴식 공간인 공원으로 남게 됐다.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는 독일인답게, 공항 건물을 비롯해 활주로, 관제탑, 갖가지 사인이나 팻말 등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 인상적이다. 쭉 뻗은 활주로는 훌륭한 조깅 코스이자 사이클링 트레일이며 스케이트보드, 인라인스케이트, 카이트 보드를 즐기기에 좋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편평한 잔디밭은 바비큐, 피크닉 장소로 인기가 높다.
LOCATION Tempelhofer Damm, 12101 Berlin
트렙토어파크Treptow park & 플랜터발트Plänterwald
이곳은 구석구석 숨겨진 사연과 진풍경에 홀려 길을 잃기에 딱 좋은 곳이다. 먼저 트렙토어파크역에서 내려 슈프레강을 따라 펼쳐진 녹지를 걷다보면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푸른 잔디 위에 누워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하고 카약이나 보트에 몸을 싣고 슈프레강을 유영한다. 장미 정원과 ‘청년들의 섬’을 지나면 플랜터발트의 우거진 녹음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엔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의 배경으로 자주 쓰이는 슈프레보겐 공원이 있다. 1969년 구동독 시절에 오픈한 최초의 놀이동산으로, 폐쇄된 후 수풀에 뒤덮여 그대로 버려진 놀이기구들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싹한 기분에 다시 트렙토어파크로 발길을 되돌리면 원시림에 가까운 수풀 속에서 거대한 석상을 발견할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5000명의 러시아 군사들을 기리는 소비에트 전쟁 기념비다. 여기서 남서쪽으로 5분만 걸으면 석양이 아름다운 작고 고요한 호수가 나타난다.
LOCATION Alt-Treptow, 12435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