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Blog Kitchen

베를린에서 막걸리를 빚습니다.

7월 17일. 생일을 기념하며 막걸리를 빚었습니다.

베를린에서 막걸리를 빚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조금 욕심도 납니다.

쌀과 물 그리고 누룩. 여기에 시간과 정성을 더하면 펼쳐지는 발효의 마법. 올해 초, 마포의 한 양조장에서 경험한 술빚기 체험에서 시작 됐죠. 젊은 양조장이었어요. 단발머리에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던 양조사는 원하는 재료를 넣어 나만의 막걸리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철원 오대쌀로 지은 고두밥에 물, 누룩, 효모 한 스푼, 내맘대로 고른 딸기와 망고를 넣고 꿀을 휘리릭 둘러서. 커다란 스테인레스 대야에 몽땅 넣고 주물주물 하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사이 느껴지는 풍성하고 보드라운 감촉. 그때 양조장에 흐르던 음악에 촉촉히 젖어 흥얼대며.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기 사랑을 주기만 할때~”
–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그렇게 빚은 단양주 ‘딸망 베이베’ 덕분에 술빚기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래서 베를린에서도 한번 빚어봐야지 하며 누룩을 들고 왔는데, 이렇게 빨리 복습을 하게 될줄 몰랐죠.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버린 탓에요.

저 커다란 발효주 통도 데려올걸 그랬어

그리고 어느덧 일곱번째 술빚기. 이번엔 스페셜 에디션이란 타이틀을 붙였어요. 이름하여 ‘칠월십칠일’

어느 나라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한 와이너리를 취재할 때였어요. 그곳엔 재밌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양조 체험을 한 와인을 잘 숙성시킨후 내 이름 혹은 메세지를 담은 라벨을 붙여 기념일에 맞춰 발송해주는 것이었어요. 꼭 한번 해보고싶다 그랬던 기억이 나서, 직접 해봤죠. 내 생일날. 부쩍 달라진 2020년의 7월 17을 좀더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어서.

자, 이제 술을 빚어볼까요

▶︎ STEP 1 | 햇살아래 보송보송 누룩 말리기

▶︎ STEP 2 | 고두밥 짓기

(1) 전날 수차례 깨끗이 씻은 맵쌀을 하룻밤새 불려놓았다가 체에 받쳐 한두시간 물기를 빼준다.
(2) 끓는 물에 삶아 햇살 아래(독일에선 이게 어렵다) 말린 면보를 찜기 위에 깔고 물기를 뺀 쌀을 넣는다.
(3) 증기를 골고루 쐴 수 있도록 군데군데 구멍을 내어준 후 면보로 잘 싼다.
(4) 물이 끓기 시작한 후 40여분간 쪄준다.
고슬밥 아니고, 고두밥.

▶︎ STEP 3 | 고두밥과 물, 누룩을 잘 섞어주기

▶︎ STEP 4| 소독한 발효병에 넣어 기다리기

섭씨 25~28도에서 발효시킨다.

🥢 My Berlin Recipe | 베를린 막걸리 일지
‘칠월십칠일’ 1차 (밑술, 일단 이양주 계획)

1485g
물(정제수)2000ml
누룩300g

✔️ 고두밥을 지은 후 반으로 나눠 각각 K누룩과 S누룩을 섞어서 맛을 비교할 예정.
✔️ 3리터 짜리 발효병에 맞게 덧술 양 조정.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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