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여행 혹은 랜선여행 | 베를린 근교(1) Potsdam
베를린 중앙역에서 빨간 기차를 탔습니다. 베를린에서 기차를 타고 한두 시간만 달리면 동독과 서독,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아직도 공존하는 듯한, 거친 베를린에선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지죠. 그중 유네스코의 추천사를 받은 포츠담과 슈프레발트는 동화의 백미입니다.
내가 베를린을 사랑하는 정말 중요한 이유 중 하나. 자전거를 타고 30분만 달려도 곧장 자연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것. 베를린을 그린그린하게 만드는 숲과 공원, 낭만이 넘치는 강과 호수. 이것만도 훌륭하지만 베를린 외곽으로 한 두시간이면 대도시인 베를린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도시, 더욱 짙은 녹음의 자연이 기다리죠.
코로나19 이후 올해의 여행 키워드가 #로컬여행 #EnjoyMyLocal인 만큼, 이번 여름은 베를린 근교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을 탐험하려고요. 그 시작은 브란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포츠담Potsdam과 슈프레발트Spreewald로 정했어요.
포츠담은 브란덴부르크 주의 주도로 베를린에 서 남서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녹지이고 하펠 강Havel R.을 비롯한 20여 개의 호수가 흩뿌려져 있어요. 주도인 만큼 다채로운 도시 풍경과 문화도 빼 놓을 수 없죠. 19세기 초까지 프로이센 왕조가 거주했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요(참고로 여러 독립국을 1871년 독일제국으로 통합한 주인공이 바로 프로이센 왕조랍니다).
“포츠담? 들어본 적 있는데?” 그쵸?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포츠담 선언’을 본 적 있을거예요. 포츠담 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고하며 미국, 영국, 중국, 구소련 연합국이 일본에 항복 선언을 공표하게 한, 우리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게 한 역사적 사건이죠. 현재 포츠담은 독일은 물론 유럽 영화 제작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답니다. 포츠담에서 가장 큰 지구인 바벨스베르크Babelsberg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가 있는데, 이곳에서 탄생한 영화 리스트는 상당히 화려해요.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한 <바스터즈>, 톰 크루즈가 주연한 <발키리>, 케이트 윈즐릿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더리더>, 케이트 블란쳇과 에릭 바나가 주연한<한나>(촬영 당시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 에릭 바나를 봤더랬죠!), 심지어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피드 레이스>와 <닌자 어쌔 신>도 이곳에서 촬영했습니다.
포츠담을 알차게 그리고 건강하게 둘러보는 방법은 ‘자전거 여행’이예요. 역사도 가득한 도시니만큼 자전거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자전거투어를 통해 더욱 찐하게 만난 포츠담을 구석구석 소개해볼게요.
브란덴부르크 문 | Brandenburger Tor
도시의 중심 거리인 브란덴부르거 슈트라세Brandenburger Str.(슈트라세=거리) 초입에 우뚝 서있는 검박한 개선문.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의 원조 입니다.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2세가 18세기 중반 ‘7년 전쟁’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동시에 포츠담이 프로이센 왕가의 도시임을 상징하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포츠담 여행의 거점으로 삼는 곳이기도 하죠.
상수시 궁전 | Schloss Sanssouci
브란덴부르크 주에는 무려 500여 개의 성과 별장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 포츠담에만 77개가 존재합니다. 그중 상수시 궁전은 프로이센 왕국의 위엄을 대변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이예요. 독어를 배운적 있는 사람이라면 살짝 눈치 챘겠지만, 이름이 독일스럽지 않죠? ‘썽쑤씨(리얼 발음)’는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프랑스를 좋아한 프리드리히 2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지어 이름도 프랑스어 이름을 택한 거죠. 베르사유보다는 소박하지만 파리 베르사유 궁전, 빈의 쉔브룬 궁전과 함께 유럽의 3대 궁전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 이름처럼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은 여름 궁전인데, 프리드리히 2세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상수시 공원’을 구석구석 둘러보면 알수 있죠. 동양에 대한 판타지를 가득 안은 중국식 정자, 이탈리아 여행을 대신하기 위해 지었다는 샤를로텐호프 성, 포츠담 조약이 체결된 장소로 유명한 체칠리엔호프 성, 상수시 궁전과는 또 다른 화려함으로 돋보이는 로코코 양식 의 신궁전까지 한데 묶어 상수시 공원으로 조성됐죠. 이 공원은 베를린까지 이어지는데 그 규모가 500만 제곱미터/151만 2500평(마포구 월드컵 공원이 100만평)에 달합니다. 상수시 공원은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독일에서 가장 큰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어요.
✔️프리드리히 2세 | Friedrich II, 1712년 ~ 1786년
프리드리히 2세는 독일 프로이센 왕국의 제 3대 국왕입니다. 후세의 평가에 따르면 “뛰어난 군사적 재능과 합리적인 국가경영을 발휘해 프로이센을 당시 유럽 최강의 군사대국으로 성장시킨데다 예술적 재능과 관심까지 겸비한 계몽전제군주의 전형(출처 : 위키백과)”라고 합니다. 심지어 “위대한 프리드리히(영어로 Frederick the Great / 독일어로 Friedrich der Große)”로 명명될 정도였죠.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인 빌헬름 1세에게 꽤나 미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럽을 제패할 강한 아들을 원했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에게 프랑스 문학과 철학, 예술에 심취한 데다 여자까지 멀리한 프리드리히 2세가 나약해 보였을까요. 아버지의 미움을 견디다 못해 프리드리히 2세는 18세 무렵 친구와 함께 어머니의 친정인 영국 궁정으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에 잡혀 자신은 감금을, 친구는 처형을 당했죠.
당시엔 아버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지 몰라도 그는 강력한 대외 정책을 추진해 영토를 넓히고 학문과 예술을 부흥시킨 능력 있는 왕이었습니다. 그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상수시 궁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프랑스의 대문호 볼테르를 비롯, 여러 학자와 문인들을 만나 토론을 하며 행복을 찾았다고 합니다.
#랜선여행 | 구글 아트앤컬처의 버추얼투어로 상수시 궁전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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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유의사항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시설이 완전히 문을 열지 않습니다. 또 방역수칙에 의해 인원 제한이 있으므로 좀더 여유를 가지고 일정을 는게 좋습니다. 관람 가능한 시설에 대한 정보는 아래 상수시 궁전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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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디쉐스 피어텔 | Holländisches Viertel
영어로 더치 쿼터, 즉 네덜란드 구역입니다. 아들인 프리드리히 2세가 프랑스 문화에 열광했다면, 아버지인 빌헬름 1세는 네덜란드 문화에 심취해 있었죠. 포츠담의 도시 확장을 계획하던 빌헬름 1세는 이를 위해 네덜란드 건축가 요한 보우만Johann Bouman을 투입, 1733년부터 1742년에 이르러 홀랜디쉐스 피어텔을 조성했죠. 메인 거리인 벤케르트 슈트라세Benkert Str.에는 네덜란드식 붉은 벽돌 건물이 쭉 늘어서 있고 그 안엔 상점과 갤러리,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들어서 있어 마치 네덜란드에 여행을 온 기분을 느끼며 거리의 낭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