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베를린 미테의 비르켄 슈트라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습니다.
지난달 28일 제막식을 가진 후 열흘이 채 되기도 전인 10월 7일. 베를린 미테 구청은 14일까지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통보를 보냈죠.
“일주일?”
독일의 속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알거예요. 철거 업체 ‘테어민(예약)’ 잡는 것만 일주일이 넘게 걸릴텐데요. 그리고 여기,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베를린에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베를린이 아닌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어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의견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베를린 미테 구의 강압적인 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란 것이죠.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독일 미디어들이 기사를 내고, 독일인, 다양한 시민단체가 철거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놓여진 거리로 향했습니다. 그 앞에서 약 한시간 동안 지켜봤어요.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도 있고 발길을 멈춰 훑어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부러 차를 타고 와서 평화의 소녀상과 그 내용을 샅샅이 살펴보곤 제게 엄지 척 하고 돌아가더군요. 역사적 아픔의 상징을 넘어 전세계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의 상징으로 거듭나겠다는 소녀상. 그 뜻을 잘 담았는지,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베를린에 있다면 찾아가 보세요.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마주해 보세요. 주변에 모여든 이가 있다면 자유롭게 그 생각을 나눠볼 수도 있겠죠.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영상을 남깁니다. 사사로운 자막은 달지 않았어요. 단, 베를린 미테 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느꼈기에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에 연대하는 구호를 공유합니다.
Berlin, sei mutig! 베를린, 용기를 내.
Die Friedensstatue muss bleiben! 평화의 소녀상은 머물러야 한다.
ADD Ecke Birkenstraße / Bremer Straße, 10551 Berlin-Moa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