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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베를린, 기후변화에 맞서다

푸른 녹지로 가득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

올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외에도 전 세계 미디어를 장식한 소식이 있다. 바로 파리 기후 변화 협정(이하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본 회의에서 195개국이 채택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지구 온난화 규제 및 방지에 관한 협약은 그전에도 있었다. 교토의정서다. 2021년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고 파리협정에 의한 신기후체제가 시작하는 해다. 파리협정은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당사국을 대폭 확대했다. 온실가스 감축만이 아니라 적응, 재원, 기술이전, 역량 배양, 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방책도 마련했다. 당사국은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해 기후 변화에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Unsplash 

독일의 기후보호 프로그램 현황

독일의 기후보호 프로그램 <2030> 독일은 세계에서 환경 의식이 앞선 나라이자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이는 환경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에 기인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산업화 초기부터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키는데 약 5퍼센트의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을 살펴보면 독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국제 평균인 4.8톤의 2배에 달한다.

파리협정에 기인해 독일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2019년 ‘기후보호 프로그램 2030’을 발표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총 500억 유로를 투자해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퍼센트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교통, 건축, 농업 · 산업 등 각 분야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소 방안을 집중적으로 마련했다.

2021년과 함께 시작되는 것은 ‘탄소가격제’다. 탄소가격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사회적 비용을 이해하고 탄소에 가격을 부과해 궁극적으로 저탄소 연료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탄소가격제 도입으로 독일의 난방과 운송유를 공급하는 회사들은 이산화탄소 톤당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2021년은 1톤당 10유로로 책정됐으며, 2025년까지 35유로로 올릴 예정이다. 탄소가격제를 통해 얻게 되는 잉여 세수는 기후 보호를 위해 쓰이거나 시민들을 위한 정책 재원으로 투입된다.

대중교통의 친환경화에도 힘을 쏟는다. 항공세를 인상하고 원거리 철도 티켓의 부가가치세는 인하한다. 디젤버스를 바이오 가스차,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전환한다. 또 자전거 길을 확대하고 연방 고속도로에 자전거 길을 설치한다.

농업과 산업 부문은 중장기 계획 하에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친환경 농경과 축산 확대, 녹색 지대와 늪지대 보호, 숲과 목재 사용의 보존과 관리, 음식물 쓰레기 감량 등을 꾸준히 추진한다.

베를린에선 어디서든 녹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구를 지키는 ‘베를리너’의 일상

베를린은 독일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친환경 도시다. 이는 겉모습에서부터 드러난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수도라는 명성 속에 상상을 넘어서는 많은 숲과 공원, 강과 호수 등 자연이 도시 곳곳에 펼쳐진다.

베를리너들의 친환경적인 일상은 어디서든 목격된다. 눈에 띄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다.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추운 겨울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많은 이가 자전거를 애용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버스나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을 기피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전거 이용자는 더욱 늘었다. 이에 맞춰 베를린은 시내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번화가인 ‘프리드리히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차 없는 거리로 운행 됐던 프리드리히스 거리.

‘식생활 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베를린은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채식주의의 대표도시다. 독일의 대표적 음식으로 소시지와 우리의 족발과 유사한 ‘학센’이 떠오르는 것과 다소 괴리가 있지만, 사실이다. 베를린에 카페는 물론 식료품점, 패션과 뷰티 스토어, 호텔, 심지어 타투 숍까지 비건(vegan)을 위한 상업이 번성해 있다.

베를린의 비건 인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한 도축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사건이 기점이 됐다. 이들이 비건 식단을 비롯해 채식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유는 자신의 건강과 동물 복지 만을 위함은 아니다. 최근 기후변화와 환경 보호를 까닭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가솔린이 아닌 소고기와 버터를 만드는 목장이라는 문제의식에 기초한다.

비건 식단과 함께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고민과 노력도 더해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외식을 위해 만들어 내는 수많은 쓰레기에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유리 혹은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에 보증금을 더해 포장하는 방책들을 실천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콘셉트로 하는 레스토랑 프레아(Frea)

S-OIL STORY 2021. January issue.
글 & 사진 | 서다희
자료 출처 | 독일연방정부홈페이지,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 분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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