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Copenhagen)을 처음 가보는 이들은 도시 상공에 접어든 비행기에서 난생 처음 보는 창 밖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푸른 바다 위 수십 개의 새하얀 바람개비가 늘어서 천천히 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이는 풍력 발전기다. 코펜하겐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미들곤트(Middlegrunden)의 해상 풍력 단지를 맞닥뜨린 것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볼 땐 앙증맞지만 실제 기둥 높이가 102미터에 이른다. 날개 지름은 7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을 지녔다.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도시로 올라서겠다는 선언 아래 친환경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Co2penhagen(코펜하겐)’의 환영 인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Co2penhagen’라는 조합된 단어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CO2)를 줄이자는 뜻에서 현지 환경 전문가와 시민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환경 슬로건이다.
덴마크의 친환경 산업과 정책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녹색 성장 국가다.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가 설립된 나라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관, 기업, 국민이 모두 나서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열정적으로 개발하고 투자한다. 애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용 에너지의 99%를 수입에 의존해왔다.
1973년 덴마크는 석유파동을 기점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에너지 소비 절감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1997년 에너지 자급 국가 전환 이후 현재 전력 대비 71%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수출하며 세계적으로 친환경 사업 분야를 리드한다.
덴마크는 2010년 ‘에너지전략2050’을 발표했다. 오는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해 탈화석 연료 국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다양한 정책과 사업 가운데 덴마크는 특히 풍력 발전에 주목한다. 에너지전략2050의 중간 단계인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50%를 책임지는 것 또한 풍력이다.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한 덴마크에는 강하고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친다. 이런 환경여건을 골자로 정부는 덴마크 전력 발전사와 함께 풍력 발전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1990년 5메가와트의 최초 해상 풍력단지를 설치했다. 그 결과 2019년 덴마크 전력 소비량 중 46%을 풍력 발전으로 조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스키를 탄다?
코펜하겐에서는 실현 가능한 대부분의 친환경 정책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코펜하겐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코펜하겐 2025 기후 계획(CPH 2025 Climate Plan)을 발표했다.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으로 풍력을 이용해 도시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코펜하겐의 발전소 일부에서 사용하는 석탄은 밀짚, 목재 펠릿(숲을 정리하며 생기는 나무 찌꺼기를 압축해 만든 목재 연료) 등 바이오 연료로 교체했다.
첨단 기술로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되는 바이오 가스를 난방열로 전환하는 시도 또한 이뤄졌다. ‘코펜하겐의 언덕’이라 불리는 은 코펜하겐 내 3만 가구에 전기를, 7만2000 가구에 난방을 각각 공급한다. 모던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 쓰레기 소각장은 세계적 명성을 지닌 덴마크 출신의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가 설계했다.
현재 코펜힐은 코펜하겐의 명소이자 시민 여가 공간으로 더 유명하다. 소각장 옥상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슬로프와 전망이 아름다운 산책로, 외벽에 암벽 등반 시설까지 조성돼 있다.
자전거와 에코 빌리지의 친환경 라이프
코펜하겐을 친환경 도시로 성장시킨 배경에는 자전거 문화도 큰 몫을 한다. 시민의 절반 이상이 630㎞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현재 운영 중인 자동차는 전기차 ∙ 수소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친환경 도시로서 코펜하겐의 속살을 더 가깝게 체감할 수 있다. 운하를 따라 남쪽의 아일랜즈 브뤼게(Islands Brygge)로 향하면 운하의 한 켠을 공공수영장으로 조성한 하버 바스(Harbour bath)와 만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로 오염이 심각했는데 사람들의 오랜 노력으로 이제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해졌다. 하버 바스(Harbour bath ∙ Havnebadet)는 독일 베를린의 바데쉬프(Badeschiff)와 더불어 유럽에서 쿨한 공공수영장으로 명성이 높다.
이곳에서 다시 페달을 밟아 랑게브로(Langebr) 다리를 건너면 맞은편 덴마크 왕립 도서관에 이른다. 도서관 옆에는 모바일 그린 하우스인 ‘돔 오브 비전(Don of Visions)’이 위치한다. 100살 넘는 올리브 나무를 비롯해 온갖 꽃과 나무가 자라 도심 속 오아시스 같다. 한편에는 카페가 마련돼 있고, 인근에서 종종 예술 관련 행사도 열린다.
남쪽으로 30분만 더 달리면 현재 코펜하겐에서 가장 떠오르는 외레스타드(Ørestad) 지구에 다다른다. 이 지구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야심찬 도심 개발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곳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 지속 가능한 삶이 이루어지는 에코빌리지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건축 스튜디오 렌다게르 그룹(Lendager Group )과 오르스티데르네 아르키텍테르(Årstiderne Arkitekter)가 건설 중인 에코빌리지 ‘UN17’를 주목한다. 최첨단 친환경 주택지구로 조성될 이곳은 UN에서 채택한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목표 17가지를 충족한 설계로 화제를 모았다. 재활용 콘크리트 및 목재, 업사이클 윈도 등 친환경 자재로 조성됐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운영되는 새로운 미래 도시의 모델을 제시한다.
덴마크는 지구상 행복한 나라로 꼽히고, 그 안에 코펜하겐도 살기 좋은 도시로 불린다. 푸르고 청정한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코펜하겐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보일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S-OIL STORY 2021. February issue.
글 & 사진 | 서다희
자료 출처 | 덴마크에너지청, 코펜하겐관광청, , KOTRA 코펜하겐무역관 분석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