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라인강, 마스강, 발강 등 하천 하류에 걸친 저지대 국가다. 국가명조차 해수면보다 낮은(Nether) 땅(Land)을 의미한다. 실제 지표면의 26%는 해수면보다 낮다. 그런 까닭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바다와 사투를 벌였다. 둑을 쌓고 풍차를 건설해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는 바닷물을 퍼내며 도시를 건설했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처럼 ‘담(~dam)’으로 끝나는 이름의 도시들이 그 예다. ‘암스텔 강의 댐’ ‘로테 강의 댐’이라는 이름의 두 도시는 현재 네덜란드에서 거주인구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간척사업을 통해 일군 땅은 국토의 40퍼센트에 이른다. 네덜란드가 ‘신이 버린 땅, 인간이 빚은 나라’로 불리는 이유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의 위기
기후위기로 해수면 상승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오는 2050년 전 세계 3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는다. 저지대에 위치한 네덜란드에는 더욱 긴박한 문제다.
네덜란드는 기후위기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국가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8년 환경영향평가청(PBL Netherlands Environmental Assessment Agency)을 설립하고 체계적 관리에 주력해왔다. 환경영향평가청은 중앙정부 차원의 전략과 대응에 관해 정책 조언을 제공하는 국가기관이다. 총 7개의 연구부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후와 대기·에너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농업·먹거리, 정보와 데이터·방법론 등이다. 각 부서는 지구 환경과 기후위기라는 큰 줄기 아래 네덜란드의 사회 여건을 고려한 유일무이한 전략을 선보인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청은 해상 풍력 단지 건설에 집중한다.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2023년까지 3개 지역에 풍력 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네덜란드 전체 에너지 생산의 8.5%를 담당하고 전력 소비량의 40%를 공급하는 대규모 해상 단지를 목표로 한다.
암스테르담의 스마트한 친환경 라이프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일찍부터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감지하고 혁신을 거듭해왔다. 2050년까지 순환 경제의 원칙에 따라 작동하는 기후 중립 도시를 선언한 상태. 이는 100% 무탄소 도시를 의미한다.
자연스레 암스테르담 곳곳에 기발한 친환경 정책이 보인다. 대부분 시민 주도 프로젝트다. 2017년 기준 인구 84만5천 명을 보유한 암스테르담은 촘촘한 시민 네트워크와 빠른 실행력을 자랑한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msterdam Smart City, 이하 ASC)는 세계가 예의주시하는 성공사례다. ASC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에너지, 모빌리티, 순환 경제, 기반시설·기술, 거버넌스·교육, 시민·생활의 6개 부문으로 나뉜다. 무엇보다 온라인 참여 경로가 열려 있다. 누구나 계정을 만들면 웹페이지(amsterdamsmartcity.com)로 동참할 수 있다. 개인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업이나 연구소는 꼼꼼히 검토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티젠(City-Zen)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이 2천200만 유로(약 286억 원)를 투자한 공동 기술 개발 프로그램(Framework Program, FP)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미래 경쟁력을 갖춘 청정 도시 를 건설한다.
암스테르담은 니우 웨스트(Nieuw West)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스마트 그리드 기술(Smart Grid : 전기의 생산·운반·소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 작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시스템)을 도입했다. 태양열에너지를 비축해 사용함으로써 약 1만 가정의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효과를 낸다.
암스테르담 혁신 경기장(Amsterdam Innovation Arena)도 눈에 띈다. 4천200개의 태양광 패널로 덮은 지붕과 자동차용 배터리를 연결해 에너지 저장소로 만들었다. 친환경 자동차 운영도 적극 권한다. 시민 대상 자전거 전용 주차창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무료 전기차 충전소로 관심을 유도한다. 정부는 물론 시민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환경 정책들. 네덜란드의 미래는 밝고 안전해보인다.
S-OIL STORY 2021. April issue.
글 | 서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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