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하고 원시적인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로키산맥,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엘크와 맑은 강물에서 첨벙대는 곰, ‘도깨비’도 사랑한 고풍스럽고 한적한 도시 풍경. 캐나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세계적인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캐나다는 환경 오염, 지구 온난화와 같은 문제와는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019년 발간된 ‘캐나다 기후변화 리포트(CCCR)’에 따르면 캐나다 북부 지역의 경우 세계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2배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캐나다 북극해의 빙하 유실 가속화에 대해 경고한다.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 홍수, 침수 위험이 예견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영향, 특히 산업 활동에 의한 온실 가스 배출이 주된 원인이다.
산유국 캐나다, 탄소 중립을 외치다
캐나다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30% 감소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기름 및 가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고 천연가스 자원 산업과 화학 질소비료 산업에도 새로운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탄소세 도입 및 강화’ 다.
사실 캐나다에서 탄소세는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배출권 거래제도와 벌금제를 적용한 앨버타 주, 북아메리카 최초 소비자에게 탄소세를 부과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총량 거래방식 (Cap and Trade)를 도입한 퀘벡 주 등 각 주가 자치적인 방안을 운영해왔다. 온타리오 주처럼 탄소세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주도, 아예 반대한 주도 있다. 그러나 규제 강화를 통해 캐나다 모든 주는 2018년까지 탄소세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때마다 20캐나다달러를 부과하며,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8년간 탄소세를 3배 이상 인상할 계획이다.
물론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하지만 캐나다 연방정부는 탄소세를 통한 수입은 향후 환경보호를 위한 대국민 지원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2019년 캐나다 3개 주가 탄소세는 주 정부의 권함임을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 최근 캐나다 대법원은 연방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탄소 배출의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린 빌딩을 확대하라
지난해 10월, 캐나다 연방정부는 녹색경제 회복 전략에 100억 캐나다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19 이후 침체한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저탄소 및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대중교통, 그린 빌딩, 통신 및 농업 인프라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관심을 쏟아온 것은 ‘그린 빌딩’이다. 캐나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세계 1.58%, 중국과 미국, 유럽국가에 이어 세계 11위를 차지한다. 캐나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15%는 건축 분야가 차지한다. 캐나다 정부는 그린 빌딩으로 개보수하는데 20억 캐나다 달러를 배정했다.
그린 빌딩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전을 목표로 설계부터 철거까지의 전 과정이 환경친화적으로 진행한다. 에너지 부하 저감, 고효율 에너지 설비, 자원 재활용, 환경 공해 저감기술 등을 적용해 자연친화적으로 설계, 건설하고 유지 관리한 후, 건물의 수명이 끝나 해체될 때까지도 환경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계획된다. 캐나다는 2004년부터 미국의 친환경 건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를 도입, 그린빌딩 건축을 장려해왔다. 그 결과 현재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LEED 프로젝트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그린 빌딩 인증을 받으려면 캐나다 그린빌딩위원회(CaGBC, Canada Green Building Council)을 통해야 한다. 친환경적 건축, 물 이용, 에너지 이용, 재료 선택, 선물 내 환경적인 요소 등 총 5가지 분야로 평가한다. 분야별로 매긴 점수에 따라 Certified, Silver, Gold, Platinum, Zero Carbon의 등급으로 분류된다.
독사이드 그린에서 만나는 탄소 제로 라이프
현재 캐나다에는 LEED 인증을 받은 건물이 4,350개에 달한다. 그중 세계적인 친환경 주거단지로 손꼽히는 곳이 있으니,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섬에 위치한 이다. 독사이드 그린은 2004년 버려진 옛 항구의 공업단지를 주 정부가 매입, ‘지속가능한 공동체 마을’로 구현시킨 사례다. 총 1만 8000여 평의 부지에 들어선 건물들은 주거단지로선 최상위 레벨과도 같은 LEED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독사이드 그린에 들어서면 먼저 친환경 발전소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은 폐목재를 때워 전기를 만들고, 난방을 공급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다. 건물 옥상에는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외벽과 차양에는 태양광 전지판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건물들은 고효율 단열재와 특수 유리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이 일반 건물보다 50% 이상 높다. 또 빗물을 모아 인공 폭포나 변기 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폐수 처리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2027년 완공될 예정인 독사이드 그린에는 현재 266세대의 주거공간, 주택 49채, 3개의 상업용 건물과 이곳에 위치한 13개의 사업체, 도시 농업 및 예술 공간과 커뮤니티 등으로 채워진다. 주민의 삶은 물론 건축, 주변 환경 모두 건강한 탄소 제로 도시. 막연한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재임을 독사이드 그린이 알려준다.
S-OIL STORY 2021. May issue.
글 | 서다희
자료 출처 | , , , 캐나다 기후변화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