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베를리너들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심심치 않게 소개되는 이곳, 일명 베를린 벚꽃길. 이름하여,
TV-Asahi-Kirschblütenallee am Berliner Mauerweg.
TV 아사히 키르쉬블뤼텐알레 암 베를리너 마우어벡.
와아, 정말 길다.
전철 S25를 타고 한시간, 남쪽 끝자락까지 찾은 이유는 벚꽃보다는 분단 시절 장벽이 세워졌던 ‘베를린 마우어벡Der Berliner Mauerweg- 베를린 장벽길’을 싹 다 접수하겠단 집착 혹은 덕후 기질에 의한 것이었다.
✈︎ 베를린 마우어벡
과거 서베를린과 동독의 국경지대로 총 160킬로미터에 달한다. 독일 분단과 통일의 역사가 담긴 이 길을 기억과 희망의 장소로 만들고자 베를린 시는 물론 독일의 경제, 노동, 여성부까지 뛰어 들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44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14개의 섹션으로 구분, 역사의 한자락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텔토우(Teltow)와 베를린 리히터펠데(Berlin-Lichterfelde)사이,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의 경계이자 분단시절엔 서베를린과 동독의 경계에 조성된 베를린 벚꽃길. 그런데 왜 이 역사적인 장소에 벚꽃길이 조성됐을까?
1990년 일본의 방송사 아사히 TV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축하하며, 베를린 장벽이 있던 곳에 벚꽃을 선물하자는 대규모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그래서 모인 금액은 약 100만 유로. 이 모금액으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에 9,000그루 이상의 벚꽃나무를 심었고 그중 1,100그루는 여기에 심어졌다. 일본 전통에 따르면 벚꽃은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와 평온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일본이 참, 잘해.
슬몃 1982년 제 7회 카셀 도큐멘타에서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심고자 했던 요셉 보이스의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처참히 허물어졌던 카셀. 그 후 도시화로 인한 환경 및 생태 문제에 맞서 구상된 프로젝트다. 기획 의도는 다르지만 나무가 우리에게 위안, 그리고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마우어벡 자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마우어벡 너머 브란덴부르크(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의 농촌 풍경이 생경하긴 했다. 그리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 다른 종이지만, 국내 벚꽃 명소 여의도 출신인 내게 뜬금없이 조성된 1,5킬로미터 꽃길이 뭐 그리 감동적이겠나.
여행기자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멀지 않는 곳에 산다면, 베를린 가볼데 다 가본 연인들이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에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가볼만하다. 먹고 마실 것이 필요하다면 챙겨간다. 먼 거리를 찾아 갔는데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 이어지는 괜찮은 산책로나 볼거리도 거의 없는 점이 아쉽다. 좀 짧긴 하지만 우리집 앞 케테니더키르헤 거리엔 예쁜 카페와 식당, 상점, 비어가르텐이 있는 시민공원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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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마우어벡 벚꽃길
ADD Mauerweg, 14513 Teltow